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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병원 전공의 부재 '확정적'… 환자 피해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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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약분업식 장기 의료공백 우려
병원 "당장 해결 불가능, 추이 지켜보겠다"
정부 "모든 문제에 대응방안 마련할 순 없어"

지난 2월20일 전후로 일제히 사직한 전공의들이 석 달이 지난 이달 20일 복귀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올해 수련 조건을 채우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들이 올해 중 복귀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내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잃게 된 3·4년 차 전공의 2910명(내과·외과·소아과 등 일부 진료과목은 3년 수련 후 전문의 응시)을 비롯해, 현재 국내 전체 전공의 9996명 중 94%인 9379명이 미복귀 상태다(보건복지부 집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전공의들이 21일 이후 복귀해도 수련 기간 미충족으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절대다수가 올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의료공백이 길면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나, 대부분의 수련병원은 '전공의 부재 확정'에 대처할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대 증원 반대만을 주장하며 수련병원 진료 시스템을 마비시킨 전공의의 무책임과 이 상황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이 동시에 비판받고 있다.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 부재 '확정적'… 환자 피해 속수무책 지난달 22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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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수련병원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간호사를 계속 뽑고 있지만 임상 의료행위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전공의 공백을 채우기엔 한계가 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활용할 경력 간호사는 전공의보다 급여가 높아서 전공의 동시 이탈로 어려워진 병원 재정에 더욱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수와 함께 진료할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내더라도 지원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모든 연차의 전공의가 통째로 없다는 것을 전제로 병원 비상경영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재정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전문의를 더 뽑아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방법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여부를 알 수 없어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며 "전임의 추가 채용과 PA 간호사 활용 범위 확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전공의가 담당하던 수술방 집도의 보조(어시스트)를 현재 PA 간호사가 상당수 맡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전공의 사직이 다른 병원보다 늦게 이뤄져서 20일부터 전공의 장기 공백이 확정되진 않는다"면서도 "실무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계는 비용 절감에 치중하면서 전공의 공백 장기화에 대비하는 분위기이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를 새로 뽑을 수도 없고 병원 차원에서 딱히 대응할 방법도 없다. 전임의가 100% 계약해도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발표 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병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정상화가 될 때까지 버티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것밖에 없다"며 "봉사 활동을 중단하고, 부서별 비품비 등 자잘한 비용까지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 부재 '확정적'… 환자 피해 속수무책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그러나 국내 병원계는 전공의 부재를 영구적인 상황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의료계 관계자는 전했다. '저임금 4년 계약직'인 전공의보다 급여가 높은 정규직 'PA 간호사' 등을 임시 대체 인력이 아닌 고정 인력으로 쓰는 부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전공의 부재를 기본 전제로 의료사태 해소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의사 양성 시스템에 전공의 과정이 없으면 전문의 배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공의 부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장 심각한 피해는 환자가 볼 것이 확실하다. 상급종합병원 고위관계자는 "수개월간 전공의 파업이 이어진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와 같은 상황이 우려된다"며 "당시 장기간 파업으로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환자들이 병원과 의료단체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실제 2000년 6월24일 '의료계 집단폐업철회를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는 병원의 진료 거부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정동철씨 부인 장랑금씨와 인천에서 사망한 조산아 아버지 이유근씨가 당시 김재정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을 고소하는 한편 해당 병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내년 전문의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군의관, 공중보건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전공의 미복귀로 내년 군의관·공중보건의) 모집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의도 공보의 자원이므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의대를 졸업하는 신규 의사를 군의관과 공보의로 모집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박 차관은 현재 의대생 대부분도 휴학계를 내고 수업에 불참하고 있어서 내년 신규 의사 배출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는 "정부가 모든 문제점에 대해서 대응 방안을 다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만 말했다. 박 차관은 "의대생이 돌아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반드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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