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내 관련 각종 '세테크' 의혹 논란
아내 기사 채용·미성년 상대 성범죄자 변호 논란
민주당 "공수처장은커녕 공수처 수사 받아야"
17일 실시될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오 후보자 딸과 아내의 '아빠 찬스' '남편 찬스' 논란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 변호 전력이 야당 인사청문위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 판사 시절 신분을 위장해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무경험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추진 중인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도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오 후보자의 딸과 아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의 장녀 오모씨는 20세 때였던 2020년 8월 오 후보자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어머니 김모씨로부터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 수정구 땅 약 18평과 건물을 4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오씨가 소유한 땅에는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라 3000여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오 후보자는 오씨가 증여받은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금 절감을 위해 부동산 가격 인상 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다는 '세테크' 지적이 나온다. 2000년생인 오씨는 현재 학생 신분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는 2021년 7월 오씨의 자취방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대신 내줬는데, 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뒤늦게 차용확인증을 작성했다. 오 후보자는 전세 계약은 보증금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오씨 명의로 했지만,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3000만원을 오씨로부터 돌려받을 것으로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오씨는 2020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오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 등이 재직하는 법무법인 아인, 삼우, 율성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3748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당시 채용공고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다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오 후보자의 부인 김씨가 오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금성에서 일하며 2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세금 절감을 위한 위장취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오 후보자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1월1일부터 2019년 10월31일까지 법무법인 금성에서 오 후보자의 차량 운전 등을 담당한 실장으로 채용됐다. 김씨는 2019년 퇴사한 후 2021년 재입사했고 ▲2019년(5402만원) ▲2021년(3780만원) ▲2022년(5370만원) ▲2023년(5424만원) 등 4년에 걸쳐 2억원 가까운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2018년 급여를 합산하면 2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재입사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가 1년이 지난 재작년 작성한 의혹도 있다.
오 후보자의 프로필에는 2018년 1월부터 성동세무서 국세심사위원으로, 2019년 4월부터 인천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으로 활동해온 사실이 확인된다. 세금 문제에 전문성을 지닌 오 후보자가 가족들을 이용해 절세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오 후보자는 앞서 "딸이 대학생이 된 뒤 미리 사회 경험을 쌓고 생활력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내 소개로 몇몇 로펌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고, 아내는 실제로 근무하면서 송무 업무 지원과 사무 보조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배우자를 기사로 채용한 이유에 대해 "배우자가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후보자의 과거 성범죄자 변호 전력도 논란이다.
오 후보자는 2018년 모바일 게임 채팅을 통해 만난 9~12세 아동 4명을 숙박업소로 유인해 강간과 간음유인미수 등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변호했다. 오 후보자는 주로 절차적 문제나 법리적 문제 위주로 변호했던 사건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시 오 후보자를 포함한 변호인단은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결국 당시 오 후보자가 변호했던 피고인은 대법원에서 징역 7년 형을 확정받았다.
최근에는 오 후보자가 12세 의붓딸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2심 변호를 맡아 피해자의 어머니가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소송에서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딸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펼쳤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오 후보자의 과거 이력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여당 위원들의 공격도 예상된다.
오 후보자는 판사로 재직 중이었던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근식 서울 송파병 후보에게 300만원을 후원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자영업'으로 기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조직법상 법관의 정치 운동 관여는 금지돼 있다.
또 오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진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전력도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특정 정치 성향의 판사들 모임으로 자주 거론된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이다.
이 밖에도 이날 청문회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 중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안 수사 관련 질의나 특검 도입에 대한 오 후보자의 입장에 대한 질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번도 수사해본 경험이 없는 오 후보자는 공수처 차장을 수사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역시 판사 출신이었던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전례를 들며 수사기관장으로서의 자격을 문제 삼는 질의도 예상된다.
통상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위원들이 후보자를 강하게 공격하고, 여당 위원들이 방어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공수처의 경우 애초 국민의힘은 도입 자체를 반대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업무보고를 패싱하려 했을 만큼 공수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이날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오 후보자 방어에 나설지 의문이다.
반면 검찰 견제를 위해 공수처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민주당은 "드러난 문제들만 봐도 공수처장 자격은커녕, 현직 공직자라면 공수처 수사를 받아야 할 지경이다" "어렵게 만든 공수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격 없는 후보를 추천한 것이냐"라며 송곳 질의를 예고했지만, 막상 오 후보자를 낙마시켜 공수처 수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도록 만들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