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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의 함정]TSMC 둥지 튼 애리조나 '부글부글'…"잘못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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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경합주 애리조나
반도체 지원금에도 유권자 표심 잡기 어려워
주민 60%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역 경제 살아나도 주민들 상대적 박탈감 호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지원금을 쏟아부은 '경합 주' 애리조나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애리조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공장을 짓기로 한 지역이다. 지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리와 집값,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덩달아 확대돼 "내 삶은 나빠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지원금의 함정]TSMC 둥지 튼 애리조나 '부글부글'…"잘못된 방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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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애리조나는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불안한 유권자들은 경제를 비관하고 있다' 제목의 기사에서 반도체 지원금이 집중되고 있는 애리조나의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경합 주 7곳(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州)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애리조나 60%로 조사 대상 지역 중 가장 높았다고 했다. 특히 애리조나 주민 응답자 2명 중 1명은 지역 경제가 최근 2년 새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애리조나 지역 주민의 이러한 평가는 올해 11월 대선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서 애리조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을 5%포인트 정도 앞선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역구였던 애리조나는 1950년대 이후 2020년 대선과 2022년 중간선거를 제외하고는 주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대부분 승리했다.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표 차는 1만여표에 불과해 공화당이 재검을 요구,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는 일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리조나는 이번 미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경합 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애리조나에 대한 대규모 경제 지원책을 내놨다. 특히 TSMC의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에 대해 66억달러(약 9조원)의 지원금과 50억달러 상당의 대출 등 총 116억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바이든 정부가 예상보다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TSMC도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인 250억달러를 65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원금의 함정]TSMC 둥지 튼 애리조나 '부글부글'…"잘못된 방향"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애리조나에는 TSMC뿐 아니라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애리조나 공장에 300억달러의 추가 투자를 할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으로 인텔에 최대 지원금을 제공키로 했다.


보통은 기업과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으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주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애리조나 지역 주민들의 경우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역 경제는 성장세를 보이나 집값과 유가 등이 빠르게 올라 가계가 어려움을 겪는 데다 남부의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애리조나의 핵심 도시인 피닉스의 주택 가격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 약 50% 상승했다. 주택 보유자들은 집값 상승에 좋아하면서도 금리가 올라 거래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WSJ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신규 주택의 가격이 100만달러에 달하고 교통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 전역을 흔들고 있는 낙태 이슈가 애리조나에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어 공화당도 표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는 지난 2일 낙태금지법 폐지 법안에 서명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160년 전 제정된 낙태금지법이 법원 판결로 부활할 뻔했다가 영구 폐지됐다. 극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시간당 15달러를 벌고 있는 21세 학생 올리비아 루이스는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바이든 정부에 실망스럽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배짱이 맘에 든다"면서도 낙태 관련 이슈에 있어서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피닉스 외곽에 거주하는 반도체 공장 제품 관리자인 56세 남성 유권자 얼 라일리는 "바이든 정부가 시작된 이후 내 삶이 진짜 나아지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상황이 조금 더 나빠졌다면 나빠졌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2020년 선거 땐 바이든 대통령에 표를 던진 그는 올해 선거에서 공화당에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식당을 운영 중인 피닉스 출신의 60세 유권자 마이클 루스코니도 물가와 인건비 등 압박을 받고 있다며 올해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을 찍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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