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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립24시]54만명 청년을 32명으로 해결?…예산·인력·연구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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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한국 정책 3無의 한계
②2無: 예산·인력·연구 등 가용자원 부족
대책 전담인력은 32명뿐
정부 편성 전국 예산이 서울시의 절반
전문가들 "정부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을 것" 지적

편집자주퇴근 후 혼자 끼니를 때울 때,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수백개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을 때, 아프거나 돈이 없는데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 아시아경제가 만난 20·30대 청년들은 이럴 때 고립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단어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고립·은둔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때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첫 종합대책을 내놓고 홍보에 나섰으나 정책이 사실상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단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을 54만명으로 추정하는 상황에서 투입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련 연구도 충분치 않아 정책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고립24시]54만명 청년을 32명으로 해결?…예산·인력·연구 태부족 청년들이 퇴근길 어두운 길을 걸어가면서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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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홍보했지만…예산 13억으로 '서울시의 절반'

정부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대표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청년미래센터 설치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 대책 시범사업으로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2년간 청년미래센터를 설치, 시범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센터 4곳에는 고립·은둔 청년 전담 인력 32명 배치된다. 총예산은 13억원으로 이 중 절반은 인건비로 사용된다.


현장에서는 고립·은둔 청년 대책의 첫 발걸음이 될 이 사업에 배정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범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개 중 4곳에만 센터를 설치할 경우 그 외 지역의 고립·은둔 청년들은 도움을 받고자 센터에 발을 들이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추정 센터 4곳의 지원을 받을 고립·은둔 청년은 총 320명으로 전국에서 고립·은둔 청년으로 분류된 54만명 중 0.06%에 불과하다.

[청년고립24시]54만명 청년을 32명으로 해결?…예산·인력·연구 태부족

정부의 센터 설립 예산 규모는 지방자치단체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는 올해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전담센터인 '서울 청년기지개 센터'설립에 26억원을 지원한다. 정부 지원 규모의 2배 수준으로 지난해 15억원에서 규모를 확대했다. 서울시는 일단 고립·은둔 청년 800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년 전 청년 1000명이 지원해 재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들어간 인원을 제외하고 550명이 참여한 점을 고려해 목표치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생명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이 민간 수탁 기관으로 참여하고, 11개 전역 복지관과 16개 서울청년센터와 협력하면 대상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예산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청년미래센터를 세워 거점으로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관련 정책을 펼쳐온 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관련 경험이 부족해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예산을 적게 편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13억원 중 일부는 기존 민간기관에 지원해서 이들을 평가하고 나머지를 정부 프로젝트에 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었을 듯하다"고 말했다.

연구 미흡, 데이터 無…현장에선 '상담 오히려 상처' 엇박자

고립·은둔 청년 이슈를 사회적 문제를 인지한 정부가 정책을 소극적으로 펼치는 이유를 놓고 전문가들은 "연구가 미흡해 축적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립·은둔 청년이 필요로 하는 지원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한정적인 예산을 상황을 해결하는 데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와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고 지자체나 민간기관이 자체적으로 수행한 경우가 많아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중앙 기관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또 조사 대상 선정부터 연구 방법론도 달라 현재 전국 고립·은둔 청년의 숫자를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치 54만명은 2021년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 5%를 전체 청년 인구에 대입해 계산한 추계치인 만큼 정확성이 떨어진다.


[청년고립24시]54만명 청년을 32명으로 해결?…예산·인력·연구 태부족 서울 신림동의 옛 고시원들은 대부분 원룸 건물로 개축되어 거리를 배곡히 메우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다만 고립·은둔 청년 관련 연구 부족은 사실 한국 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세계적으로 그동안 고립·은둔 이슈는 청년보다는 노인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돼 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 청년의 고립·은둔 문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나 관련 연구나 데이터가 부족해 다른 국가에서도 정부 정책을 빠르게 만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연구와 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시에 고립·은둔 청년들을 현장에서 지원할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 청년들이 상담받는 과정에서 상담사에게 상처를 받아 오히려 고립·은둔이 심화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을 고려해 현장에서 이들과 적절히 소통하며 섬세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해온 박대령 이미아름다운당신 소장은 "전문가에게 상처받아 고립·은둔하는 청년이 많다. 우리나라 전문 인력의 능력과 수준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잘 모르고 있다"면서 "청년의 고립·은둔 문제를 질적으로 가장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정부가 전문가 교육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데이터, 연구, 인력 등과 관련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면서 "단기간에 예산을 쏟아붓기보다는 5~10년의 중장기 비전을 세워두고 이에 맞춰 꾸준히 일정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바뀌고 정책 기조가 달라지더라도 이와는 독립적으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단 첫 대책 마련에 나선 국무조정실은 그간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사회 문제로 가져다 놓은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이 지난해"라면서 "정책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 성과나 효과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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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5031429005132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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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한국 정책 3無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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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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