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시스템, 1922년생→2022년생 오인
100년된 생년월일 처리 못해 생긴 버그 추정
미국 항공사의 예약 시스템 오류로 항공기에 탑승한 101세 할머니가 1살 아기로 인식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1살 아기 기다렸는데 101세 할머니 등장…웃어넘겼지만 "휠체어 준비 안 되는 등 문제, 개선 필요"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은 미국에 사는 퍼트리샤씨가 딸과 함께 최근 아메리칸 항공을 타고 시카고와 미시간주 마켓 사이를 여행하다가 1살 아기로 오인당한 소동을 보도했다. 항공사의 예약 시스템이 퍼트리샤씨가 태어난 1922년을 인식하지 못해 2022년생으로 잘못 파악된 것이다. 심지어 항공권을 구입할 때 성인 요금을 냈는데도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 1살 아기가 온다고 알고 있던 항공사 직원들은 101세 할머니가 나타나자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퍼트리샤씨는 "딸이 내 비행기 티켓을 온라인으로 예약했는데, 공항 컴퓨터가 내 생년을 1922년이 아니라 2022년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작년에도 같은 일이 있어서 공항 직원들이 내가 아니라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97세까지는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여행했다는 퍼트리샤씨는 100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항 컴퓨터 시스템이 100년이 넘은 과거의 생년월일을 처리할 수 없어서 대신 100년을 더한 생년월일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직원들과 퍼트리샤씨는 이번 해프닝을 웃어넘겼지만, 퍼트리샤씨는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딸과 함께 여행하던 퍼트리샤씨는 항공기에서 내린 뒤 공항에서 이동하기 위해 휠체어를 예약했지만, 1세 아기로 잘못 입력돼 휠체어까지 준비되지 않아 낭패를 봐야 했다. 퍼트리샤씨는 "가여운 내 딸이 모든 짐을 들고 1마일(1.6㎞)을 이동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IT 문제 때문에 비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가을에 예정된 다음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100년이 넘은 과거 생년월일 처리 못 하는 버그…'Y2K 버그' 닮았네
이는 앞선 '밀레니엄 버그'와도 닮았다. 초창기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메모리 용량을 줄이기 위해 4자리 연도표기 중 앞의 2자리인 '19'를 생략했다. 하지만 1999년이 되자 다가올 2000년이 1900년과 똑같이 '00'으로 표기돼 두 연도가 구분되지 않아 컴퓨터가 오작동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했다. 일단 2000년이 되면 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는 것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게 됐다. 예를 들어 금액을 산정할 때 원래는 며칠 분이 돼야 할 것이 몇백 년 치가 계산된다든가. 전 세계의 금융망·의료정보시스템이 정지한다는 등의 논란이었다. 당시 대비를 충분히 한 결과 큰 문제는 없었으나, 2014년 미국에서 1993~1997년생에게 날아와야 할 징병 등록 통지가 뜬금없이 1893~1897년생인 117~121세 초고령 어르신들에게 발송되는 등 생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왔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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