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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문명의 씨줄과 날줄…그 안에 갇힌 더러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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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산업혁명 주도한 '직물'
지금은 과해진 현실 고민해야
의류·음식들 버려지는 시대
동시에 8억2000만명 굶주려

[이 책 어때]문명의 씨줄과 날줄…그 안에 갇힌 더러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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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년간 실이 풍족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버지니아 포스트렐이 쓴 ‘패브릭(Fabric)’의 86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패브릭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는 직물, 천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다.


패브릭의 원래 제목은 ‘더 패브릭 오브 시빌라이제이션(The Fabric of Civilization)’이다. 패브릭의 직물과 구조라는 뜻을 모두 담은 중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제목이다. 포스트렐은 인류 문명사를 직물을 통해 고찰한다. 몸을 감싸는 옷으로 기능하는 직물은 인류의 필수품이었다. 때로 장식품, 사치품이기도 했다. 인류가 그런 직물을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 고작 200년 남짓이다.


영국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의 저서 ‘웨이스트 랜드’의 내용은 ‘지난 200년간 실이 너무 풍족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프랭클린-월리스는 지나치게 풍족해진 오늘날 물질 문명이 초래하는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를 파헤친다. 그는 음식물, 산업 폐기물, 핵폐기물 등 버려지는 모든 것들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다. 최근 환경 오염의 가장 심각한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패스트패션 문제도 물론 도마에 올린다.


포스트렐은 천은 인류와 늘 함께했으며 역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인류의 첫 역사는 석기 시대로 구분되지만 이때도 천은 활용됐다. 일례로 석기시대 인류는 돌도끼에 끈으로 손잡이를 묶어 도끼와 창을 만들어 사용했다. 개와 함께 최초로 가축이 된 양은 직물이 필요했던 인류가 원했던 방향으로 진화했다. 신석기 시대만 해도 양의 털은 갈색이었고 계속 자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류에 의해 사육되면서 양의 몸집과 뿔은 작아졌고 흰색으로 변한 털은 계속해 자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직물이 통화로 사용되기도 했다. 중국 당나라는 시골에서 늘 동전이 부족한 문제가 고민거리였다. 732년 당나라 조정은 아마와 실크를 법정통화로 선포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책 어때]문명의 씨줄과 날줄…그 안에 갇힌 더러운 진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의 근본 원인은 목화 때문이었다. 남북 전쟁은 노예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발생했는데 남부는 목화 생산을 위해 노예제를 포기할 수 없었다. 미국은 세계 목화 수출 1위 국가로 전 세계 목화 수출의 35%를 담당한다. 미국에서 목화는 주로 버지니아주에서부터 캘리포니아주에까지 이르는 소위 ‘목화 벨트(cotton belt)’라 불리는 남부 17개 주에서 생산된다. 목화 생산은 고된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집안이 몰락한 뒤 직접 목화밭에서 일한다. 오하라는 집안이 몰락한 것을 숨기기 위해 한껏 화려하게 치장하고 레트 버틀러를 만나지만 거칠어진 손 때문에 버틀러에게 집안이 몰락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만다. 남부의 백인 농장주들은 고된 노동을 피하기 위해 납치도 서슴지 않았다. 제86회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노예 12년’은 노예 신분이 아닌 흑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납치돼 12년간 남부의 목화 농장에서 노예로 일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발생한 원인도 직물 때문이었다. 산업혁명 직전 영국에서는 방직공 한 명이 직물을 짜기 위해 방적공 스무 명이 필요했다. 실이 없어 방직공이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방적 과정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방적기가 등장,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다. 포스트렐이 지난 200년간 실이 풍부했다고 한 주장은 산업혁명을 근간으로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실이 과하게 풍부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프랭클린-월리스의 웨이스트 랜드는 거대한 산이 돼버린 쓰레기 매립지에서 글이 시작된다. 인도의 가지푸르 쓰레기 매립장이다. 매일 2500t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이다. 그 결과 현재 1400만t의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8만4700평 넓이의 대지에 65m 높이의 쓰레기가 쌓였다. 쓰레기를 뒤지는 새 떼들이 하늘을 뒤덮고, 쓰레기 줍는 넝마주이들도 몰려든다. 때로 쓰레기 산이 무너져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가지푸르 쓰레기 매립장 같은 곳이 무너져 목숨을 잃은 사람이 2017년에만 전 세계에서 150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생산량은 급격히 늘었고 오늘날 인류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물질 문명을 경험하고 있다. 그만큼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도 상당하다. 산업혁명 이후 풍족해진 직물의 경우 생산량의 12%가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버려진다. 또 생산된 옷의 25%는 팔리지 않아 골칫거리가 된다. 프랭클린-월리스는 팔리지 않는 제품을 태워서 소각하는 의류업체도 있다고 고발한다. 의류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음식의 3분의 1이 그대로 버려지는 상황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8억20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프랭클린-월리스는 미국 광산 폐허, 영국 핵폐기물 처리장 등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둘러보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는지 또 이러한 쓰레기가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 고발한다. 아울러 더 이상 환경 문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포스트렐도 지나치게 풍족한 생산이 초래하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책의 말미에 "환경에 대한 고민이 문화적으로 필수가 됐다. 섬유는 야망 있는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놀이터가 되고 있다"며 직물을 다루는 산업에서도 환경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됐다고 말한다.


패브릭 | 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 | 이유림 옮김 | 민음사 | 536쪽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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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트 랜드 |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480쪽 | 2만4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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