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추모 발길 이어지는 안산
"잊지 않겠다" 아이와 함께
향초 만들기·엽서 쓰기 체험
지난 13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만난 주부 백경미씨(43)가 말했다. 백씨의 손을 꼭 잡은 초등학생 자녀의 팔과 배낭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이 묶여 있었다.
세월호 10주기를 앞둔 주말을 맞아 '기억문화제'가 열린 화랑유원지는 입구부터 노란 물결로 일렁였다. 나뭇가지 곳곳엔 노란색 손수건이 묶여 있었고, 산책로를 거니는 사람들은 목과 팔, 배낭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 의미를 더했다.
따뜻한 날씨에 주말 나들이를 나온 듯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은 활짝 만개한 벚나무 밑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웃음 지었다. 직장인 이규철씨(54)는 "오늘이 벚꽃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라길래 경기도 시흥에서부터 가족끼리 나들이 나왔다"며 "세월호 10주기 추모제가 열린다는 사실은 모르고 왔는데, 다양한 행사가 많아 온 김에 아이들과 구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4·16 생명안전공원부지에는 책갈피 만들기, 향초 만들기, 엽서 쓰기, 앙금 꽃 만들기 등 다양한 시민 체험 부스가 마련돼 행사의 분위기를 더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열리는 부스 앞에 서서 프로그램을 구경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빈 곳은 앙금 꽃 만들기 프로그램 부스였다. 노란색 반죽을 넣은 짜개를 쥔 이들은 저마다 노란색 튤립 모양의 앙금 꽃을 만들며 밝게 웃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단원중학교 1학년 학생은 "케이크를 처음 만들어 봤는데 재밌었다"며 "또 다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한쪽엔 칠판과 책상, 의자 등을 놓아 단원고등학교 교실을 구현한 공간도 있었다. 시민들은 커다란 칠판 앞에서 분필을 잡고 단원고 희생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쓰거나, 책상 의자에 앉아 희생자들을 위한 편지를 정성스레 적었다. 몇몇 이들은 책상에 앉아 서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기도 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하동은씨(37)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변한 게 없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편지를 썼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정부를 믿을 수 있는 나라,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근에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서도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추모하는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층 로비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만든 공예 작품들이 전시돼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고, 2층 전시관에는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가 열려 작품을 감상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가족, 연인과 함께 방문한 이들은 작품을 손으로 가리키거나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작품을 감상했다.
한편 세월호참사 10주기 당일인 16일에는 세월호 10주기 기억식 행사가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100명 이상의 유가족과 추모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에 대한 묵념과 추도사, 기억 편지 낭독 등이 이어진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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