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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힌 사람이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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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 본 투표일 광주지역 투표소 시민 행렬 이어져

낮 12시 기준 전국 투표율 18.5%…광주는 15.7%로 최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 날인 10일. 광주지역에 마련된 곳곳의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지만 근무 지침으로 인해 경비복을 입고 나온 남성, 생애 첫 투표에 나선 고등학생, 슬리퍼에 운동복 차림으로 가볍게 나온 듯한 청년, 아직 투표권은 없지만 초등학생 딸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주기 위해 온 가족, 지팡이를 짚고 온 머리카락이 히끗한 어르신까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를 다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


"뽑힌 사람이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날인 10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2동행정복합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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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0분께 계림2동 제1투표소인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2동행정복합센터.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탓인지 길게 늘어선 줄이 생기진 않았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했다. 지난 총선과 달리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대다수가 마스크를 벗고 홀가분하게 참여해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투표소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차례차례 신원 확인 절차를 마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함으로 향했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선택한 후 투표용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을 땐 사뭇 진지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윤모(77)씨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광주를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쏟을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염두에 두고 투표했다"며 "광주는 낡은 정치인보다 새 얼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투표 행렬 속에서 이정선 광주광역시교육감이 학생과 함께 투표장을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소중한 참정권이다"며 "많은 학생이 투표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생들과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소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순조롭게 이어졌지만, 돌발 상황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전까지 투표소를 착각해 발길을 되돌린 유권자는 3명 있었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한 노인은 비례대표 용지에 기표하지 않아 재차 기표함으로 향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50분쯤에는 40~50대 보이는 한 남성이 어머니(80대)와 함께 기표함에 들어갔다가 투표소 관계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무효표로 할지 논의해야 하니 잠시 대기하라'는 관계자의 말도 무시하고 어머니의 투표용지를 찢어 훼손하기까지 했다. 현재 선관위와 경찰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동구 충장동 제2투표장에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주어진 임무를 각자 기계처럼 처리하는 4명의 선거관리사무원과 공정한 투표를 위해 투표소에서 투표용지의 교부상황과 투표상황을 참관하는 10여명의 선거참관인이 투표소를 메웠다.


인근 오피스텔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배호(71)씨는 근무 도중 휴식 시간을 활용해 투표소를 찾았다. 최씨는 지난 2022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연히 이길 줄 알고 투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을 때 자신이 투표하지 않아 진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고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표소를 찾았다고 한다.


최씨는 "대선 이후 이 나라의 방향성을 정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투표에는 '당연히'라는 말이 없더라"며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유리하건 불리하건 국민의 권리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20살 새내기 이다빈(20), 김진선(20)씨도 투표장을 찾았다. 이들은 "아직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선거일 전 집으로 온 공약집을 읽고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력을 공부해 지지할 후보를 결정했다"면서 "제가 누구를 찍었는지는 비밀이지만 당을 떠나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또 일가족이 투표소에 들어서면서 적막한 투표소의 모습을 훈훈한 분위기로 바꾸기도 했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초등학생이지만 투표소에서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딸을 데려왔다고 한다.


서보현(12)양은 "아빠가 오늘 하는 투표는 학교에서 회장 부회장보다는 체육부장과 오락부장을 뽑는 거라고 설명해줬다"면서 "제가 뽑진 않았지만 뽑힌 사람이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낮 12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18.5%, 광주는 15.7%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대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해 0.6%P 낮은 수치로 현재 전국 최저 투표율이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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