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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료계·정부 '고집'만 남은 의료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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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과 공보의 166명을 파견하겠다."(3월11일)

"군의관과 공보의 200명을 추가 파견하겠다."(3월22일)

"군의관과 공보의 파견을 1개월 연장한다."(4월4일)


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사태 발생 49일째, 정부는 매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며 의료공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쓴 느낌이다. 필수진료 수가 인상, 비대면 진료 확대, 진료지원(PA)간호사 증원 등 최근 내놓는 대책의 상당수는 지난 2월1일 발표한 4대 필수의료 패키지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같은 내용인데 숫자만 가감해 대책을 짜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2000명 재논의'는 불가침의 영역에 남아 있다.


환자 곁을 떠난 의료계는 내분에 빠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가 정부의 대화 제의에 반응하며 의대교수단체, 전공의, 의대생과 총선 후 합동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지만 강경파인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강경파의 목소리만 계속 커진다. "아홉 번 싸워 아홉 번 진 굴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정부나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 모두 의료개혁을 '승패'를 가려야 하는 싸움으로만 보고 한발 물러설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기자수첩]의료계·정부 '고집'만 남은 의료사태 전공의를 중심으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1일 2차 종합병원인 서울 영등포구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진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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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은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의대 교수들은 쓰러지기 직전의 탈진을 감수하면서 정부와 의료단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의정 대화를 기다리는 건 환자와 국민이다. '2000명 의대 증원'을 고수하는 정부와 '전면 백지화'를 고집하는 의사집단 둘 사이에선 결국 승패를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지켜보는 국민에겐 의정 양측 모두 패자가 되어가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가 벌어진 뒤 장기간 투병하던 부친이 세상을 뜬 40대 남성은 "정부와 의사 모두가 아버지를 죽였다"며 울었다.



의료계는 8일 의협 비대위 발표대로 총선 이후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 의료계 내부 노선 갈등으로 이마저 무산되면 국민과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된다. 정부도 한 발자국 물러서서 의료계 단일안이 무엇이든 일단 대화 의제로 수용해야 한다. 양측 모두 "지지 않겠다"며 뿔을 맞대고 고집을 계속 부리면 환자와 국민은 갈 곳이 없어진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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