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정보 상시 모니터링…신평사 독립성 강화
은행 지점·평가사 간 유착관계 방지…본점 추천 전환
평가품질에 따른 인센티브·페널티 부여
신용정보법 개정해 중대한 위규행위 땐 '허가 취소'
금융위원회가 기술금융의 취지를 살려 기술기업에 대한 우대금리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기술력에 따라 신용대출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기술신용평가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엄격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기업 현지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가이던스를 마련하고, 신용정보법도 개정해 중대한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 신용평가사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체계를 보완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3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기술금융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전통적인 경제성장 방식은 한계가 왔다"면서 "기술혁신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금융 제도는 2014년 도입돼 10년 동안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 성장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 기술기업들이 기술금융으로 어느 정도 혜택을 받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데다 은행 이외의 기술신용평가사의 경우 데이터 비정합성이 심각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금융위는 담보와 매출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을 평가해 대출한도, 금리 등에 대한 우대를 제공하도록 은행의 '테크 평가 지표'를 개편한다. 테크 평가에 기술금융 우대금리 관련 지표를 추가해 은행이 기술등급별로 어느 정도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금리 정보 등을 신용정보원에 집중시키는 한편, 테크 평가의 신용대출 공급 지표 비중을 20점 이상으로 확대해 기술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술금융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은 2021년 24.2%에서 2023년 22.4%로 감소한 반면 일반 중기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1.3%에서 11.8%로 높아졌다. 2019년 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신용대출 배점을 15점에서 20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반등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우대금리를 제공한 은행에 대해서는 은행에 대한 테크 평가 시 우대하겠다"면서 "테크 평가 신용대출 배점을 높여 담보 위주의 관행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기술신용평가 독립성 강화…앞으로 은행 본점이 평가사 추천
기술신용평가의 독립성도 강화한다. 은행이 평가 수수료보다는 평가사의 평가서 품질에 따라 평가 물량을 배정하도록 해서, 평가사가 평가 품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물량 배정 시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를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은행 지점과 평가사 간 발생할 수 있는 유착관계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 본점이 지점에 평가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본점에서 무작위로 2~3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평가사를 지점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평가 의뢰자인 은행이 평가사에 평가 등급을 사전에 문의하거나 특정 등급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신용정보법에 은행에 대한 행위 규칙을 마련하고, 기술금융 대상을 보다 명확하게 해 은행이 비 기술기업에 대해 평가 의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다. 은행에 대한 테크 평가 시 비 기술 기업에 평가서 발급사례가 확인되면 감점 처리하는 식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평가보고서의 품질에 따라 평가사에 물량을 배분하도록 해 평가사가 품질 개선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면서 "은행 지점과 평가사 간 유착관계를 방지하고자 본점이 평가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신용평가 내실화, 현지 조사 의무화
기술신용평가도 내실화한다. 평가의 현지 조사를 의무화하고, 평가등급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세부 평가의견을 작성하도록 한다. 그간 신규평가의 경우 평가사에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자체적으로 현장실사를 생략하고 비대면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재평가도 정확한 추가 조사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신규평가는 현장 조사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축소해 현지 조사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재평가 역시 변경된 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 조사표를 신설, 조사표를 활용한 경우 현지 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나아가 평가 결과는 근거를 알 수 있도록 세부 평가의견 작성을 의무화한다.
또한 평가자가 임의로 정성점수를 조정해 기술등급을 상향하는 등의 관대한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기술등급 산정에 관한 가이드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량평가 점수가 낮음에도 정성평가 점수를 올려 기술등급을 인위적으로 상향하는 사례가 발견돼 데이터 신뢰성이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등급산출 가이드를 마련해 정성점수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결과를 예방하고 특정 등급에 대한 정량점수 하한을 마련해 기술등급 판정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AI가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기술등급을 제시하고 평가자는 이를 활용해 평가하는 식으로 평가의 신뢰성도 확보한다.
김 부위원장은 "기술신용평가 시 준수해야 할 핵심 사항을 의무화하겠다"면서 "정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현장실사를 의무화하고 기술등급을 임의로 상향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사후평가 강화…위규행위 땐 '허가취소'
신용정보원이 진행하는 기술금융의 사후 평가도 강화한다. 기술 평가사에 대한 평가를 정성평가에서 정량평가로 전환하고 기존 정성평가는 정량으로 통합해 점수제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품질평가서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샘플링도 10건에서 30건으로 대폭 늘린다.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 평가 품질이 우수한 평가사에는 정책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흡한 평가사의 평가를 받은 대출잔액을 한국은행 금융중개자금지원대출 실적에서 제외해 페널티를 부여한다. 그러면 은행은 품질 등급이 우수한 평가사에 더 많은 평가를 의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기술금융 관련 법령을 정비해 규율을 강화한다. 기술신용평가사에 대한 행위 규칙을 규정하고 있는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타인의 자격증을 도용해서 평가하는 등의 부당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정비한다. 평가사가 기술신용평가의 근간을 흔드는 평가등급 사전제공, 관대한 평가 결과 암시 등 중대 위규행위를 할 경우 허가취소·영업정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에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계기로 기술금융이 한 단계 성장하여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 애로를 적극 해소해주는 제도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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