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로 수사 비난…"자의적이고 모욕적"
'재산신고 안한 명품시계 최소 14개' 보도도
페루 검·경이 '롤렉스 스캔들'로 구설에 오른 디나 볼루아르테(61) 페루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3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롤렉스 스캔들'을 수사하는 현지 당국이 전날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달 중순 현지 인터넷 매체인 '라엔세로나'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롤렉스 등 명품 시계들을 착용했다고 보도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페루 경찰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불법 자산증식과 공직자 재산 미신고 등 의혹에 대한 예비 조사의 일환으로 29일 밤부터 수도 리마에 있는 대통령 자택과 대통령궁을 차례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현지 TV 보도 화면을 보면 경찰은 볼루아르테 대통령 자택의 문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했다. 증거물 수색을 위해 문을 열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경찰 20명과 검찰 직원 20명 등이 동원됐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3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경찰이 밤사이에 자택과 대통령궁을 급습했다고 밝히며 이들을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위헌적이고 차별적인 방식을 거부했다"면서 "이른 새벽에 취한 이 같은 조치는 자의적이고 불균형적이면서 모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변호인 마테오 카스타네다는 현지 RPP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압수수색에 과도한 경찰력을 동원했다"며 "쇼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다음 달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페루 검찰청은 지난 19일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불법 자산증식과 공직자 재산 미신고 등 의혹에 대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롤렉스 제품 시계 사용 과정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살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혹을 최초 보도한 라엔세로나는 2021년 7월28일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부통령 취임 이후 정부에서 공식 촬영해 대중에 배포하거나 아카이브에 보관 처리한 사진 1만여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매체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약 2년여 기간 동안 최소 14개의 다른 시계를 착용했다"며 "특히 지난해 중반에는 롤렉스 시계를 부쩍 많이 차고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또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착용한 일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1만4000달러(약 1875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의혹이 불거진 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제가 가진 것들은 18세 때부터 일한 노력의 결과"라고 해명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해명에도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페루 대통령·부통령 급여로는 시계 구입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볼루아르테는 부통령 시절 사회개발부 장관을 겸임해 월급으로 8136달러(약 1089만원 )를 받았다. 대통령이 된 현재는 4200달러(약 562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볼루아르테는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2022년 12월7일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직을 이어 받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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