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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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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야구장 붕괴…타지역 운동장서 연습
"피해 주민들 위로하겠다"…일본 언론도 관심

고교야구 강국 일본에서는 봄철에 열리는 전국 야구대회인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른바 '센바쓰'라고 줄여 부르는 이 대회는 일본의 가장 큰 고교야구대회 고시엔에 버금간다고 해 '봄의 고시엔'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일본 언론에서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팀이 어떻게 이겼는지 매회 기사가 나올 정도랍니다.


매번 스포츠 대회에서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을 울리곤 하죠. 이번 대회에서는 이시카와현의 한 고등학교 이야기가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새해 노토반도 지진이 이 지역을 강타해 연습을 물론 출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많은 사람의 응원을 등에 업고 멋진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노토공항 옆에 위치한 고등학교인 이시카와현 일본항공고등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지진 피해로 엉망진창이 된 기숙사의 모습.(사진출처=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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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토반도는 새해 첫날 강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죠. 일본항공고가 있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에는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학교에는 50cm 단차가 벌어진 곳도 생겼고, 심지어 야구부 불펜도 솟구쳐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기숙사 안은 말할 것도 없었죠. 그나마 야구부원들이 겨울방학이라 이시카와현을 떠나 각자 본가로 대부분 돌아간 상태였고, 크게 다친 사람 없이 무사했습니다.


준비하고 있던 대회까지는 석 달가량 남은 상황. 나카무라 다카시 감독은 야구부 숙소와 연습 거점을 야마나시현의 다른 학교로 옮기기로 결정합니다.


다만 수많은 외적·내적 갈등을 겪어야 했죠. 야구는 다른 곳에서 옮겨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장 밖을 나가면 보이는 무너진 집들,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야구를 할 상황이 맞는가"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차라리 자원봉사를 하는 게 낫지, 야구를 할 수 있는 다른 편한 환경으로 우리만 옮기는 것은 특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선발고교야구대회 경기 중 나카무라 다카시 감독이 선수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사진출처=NHK)

이런 상황에서 와지마시 인근 학교의 다른 야구 감독은 "우리를 위해서라도 야구를 해달라. 지진으로 꿈을 빼앗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힘을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하고, 이에 힘을 얻고 출전을 결심하죠.


야마나시현에 모인 날, 부원들도 심란했습니다. 야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기뻤지만 어딘가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죠. 학생들의 컨디션에도 이는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결국 감독은 가장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고베 출신인 본인이 초등학생 때 겪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경험이었는데요. 급하게 집으로 뛰쳐나와 깨진 유리를 밟으면서 피신했고, 도로에 누운 빌딩을 보고 충격을 받고, 복구를 위해 학교는 1개월 휴교에 들어가기도 했죠. 한신 대지진 발생 29년이 다 돼가던 새해 첫날, 다시 대지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야마나시현의 학교에 임시로 마련한 숙소.(사진출처=NHK)

감독은 "다양한 지원 덕분에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 된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손을 내밀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면 된다"고 호소해, 결국 출전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서로 다친 마음을 위로해가며 결국 경기 날이 됐죠.


감동의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일본항공고를 취재하려는 열기도 대단했고,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감독과 선수 67명 전원은 모자에 '미소, 감사, 보은'이라는 말을 쓰고 구장에 입장했는데요. 상대는 이바라키 조소학원 고등학교였습니다.


[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미소, 감사, 보은. 이시카와현을 위하여'라고 쓴 야구부원들의 모자.(사진출처=NHK)

단합력 덕분이었는지 초반 수비는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조소학원이 6회 1사 후 첫 득점을 얻었는데요. 그러나 조소학원 에이스 투수가 변화구를 사용, 삼진 9개를 잡아내게 됩니다. 초반에 저력을 보여주다 패배해 아쉬움이 컸던 경기지만, 상대편도 우승 후 소감에서 "좀처럼 선취점을 내기 쉽지 않았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언론은 일본항공 팀에 주목했죠. 나카무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끈기 있는 이상적인 시합을 했습니다만, 안타 하나를 더 치지 못했습니다. 팀을 이기게 하지 못한 것은 감독인 나의 책임"이라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오늘 여기에 올 수 있었다. 9회 말 위기에서도 적극적인 수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응원으로 선수들의 등을 밀어주셨기 때문"이라고 감사를 전했습니다.


[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경기가 끝난 뒤 돌아오는 일본항공고 선수들.(사진출처=NHK)

주장도 "이기지 못한 것은 분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도 좋은 경기로 지진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일본항공고의 경기를 보러 와지마고 야구부원 13명을 포함해 시작해 이시카와현 사람들까지 2500명 가까운 관객이 몰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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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지진도 꺾지 못한 열정…열도 울린 고교 야구팀 일본항공고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 맨 앞줄에는 출전을 설득한 와지마시 고등학교 야구부와 감독이 앉아있다.(사진출처=NHK)

스포츠가 주는 힘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사실 히로시마의 야구단 도요카프도 일본이 원자폭탄을 맞고 패전한 이후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생겨나 사람들에게 성장하는 모습으로 보답하면서 사랑받는 팀이 됐었죠. 지진으로 몸과 마음고생이 많았을 이 야구부가 다음번에는 더 성장한 실력으로 고교야구 강자로 올라서길 응원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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