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스콧 키브리지 붕괴
볼티모어항 무기한 폐쇄
볼티모어 미국 동부 주요 수출입 항구
다른 항구에 파급 효과
교량 재건에 수년 걸릴 수도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로 볼티모어항이 무기한 폐쇄에 들어가면서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볼티모어항은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 항구로 자동차, 각종 농기계, 원자재 물류의 핵심 허브로 꼽힌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27분께 볼티모어 퍼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브리지가 선박 충돌로 붕괴되면서 볼티모어항구의 선박 출입이 중지됐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이번 일로 공급망에 중대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도 “항구 재개통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볼티모어항은 어떤 항구
미국 동부 체서피크만에 있는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이다. 지난해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큰 규모인 5200만t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볼트모어항의 경우 자동차, 농기계 및 건설장비, 원자재 등이 오가는 동부 주요 관문”이라고 했다.
볼티모어항은 13년 연속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하고 있다.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볼티모어항 인근에 차량 선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볼티모어항을 통해 수입된 차량 관세액은 225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위를 달리는 사바나-브런즈윅항(179억달러)보다 26% 더 높은 액수다.
자동차 제조 업계는 대체 경로 찾기에 분주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포드의 존 라울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항구 폐쇄로 자동차 업계는 다른 동부 해안 항구, 심지어 전국의 항구를 찾아 헤맬 수 있다”며 “해결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항은 각종 농기계의 미국 내 주요 관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콤바인, 트랙터, 건초 베일러, 굴삭기 등이 대표적이다. 운송 분석 업체 DAT 프레이트앤애널리틱스의 딘 크로크 주요 산업 분석가는 “미국 중서부의 파종 시즌인 3월은 볼티모어항에서 농기구를 수입하는 성수기인 탓에 이번 공급망 차질이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원자재 수급 문제도 우려된다. 공급망 위험 평가 업체 에버스트림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철강, 알루미늄, 설탕 등 품목의 중요한 허브다. 매주 약 30~40대의 컨테이너 운반선이 이를 위해 정차한다. 앞으로 6주간 최대 250만t의 석탄 수출이 차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 석탄 업체 콘솔에너지는 이날 주가가 7% 급락했다.
연쇄 공급망 차질 가능성
문제는 업체가 선적을 위해 대체 항구를 찾아나서면서 공급망 차질이 연쇄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점이다. 뉴욕·뉴저지 항구, 버지니아 항구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선적 처리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베스푸치 마리타임의 라스 얀센 대표는 “(두 항구에서) 물동량이 약 10% 증가할 것”이라며 “일부 병목 현상과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볼티모어항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사바나항구, 찰스턴항구에도 파급 효과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망 차질로 물류비용 상승도 우려된다. 글로벌 해운 분석 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극동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의 해상 화물 서비스 비용은 파나마 운하 가뭄, 홍해 분쟁 여파로 올 들어 150% 급등했다. 비용이 더 뛰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에 수년 걸릴 수도
뉴욕타임스(NYT)는 1980년 플로리다주 선샤인 스카이웨이 브리지 붕괴사고 이후 새 다리 개통까지 7년이 걸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교량을 수리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톰 페레즈 백악관 보좌관은 “이른 시일 내에 복구가 되길 바라지만 교량 재건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티모어항은 미국의 가장 큰 해운 허브 중 한 곳”이라며 “연방정부가 교량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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