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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그녀들은 왜 직업을 때려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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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하기 좋은 직업'의 모순
딸에게 '안정' 권유하는 사회
교사·간호사, 평가절하되는 돌봄
여자들의 직업, 제 가치로 인정받아야

지난해 여름, 서울 강남구 서이초등학교의 한 담임교사가 학교에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저연차였던 교사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지만 일기장과 제보 사례가 뒤따르면서 그가 아이들의 돌발 행동과 학부모의 민원으로 힘겨워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전국의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 "나도 겪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광장에서 매주 주말마다 시위에 나섰던 교사들은 왜 이곳에 나왔느냐는 물음에 "그동안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안정적이고 선망의 직업처럼 여겨왔던 교사의 삶이 실상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달랐다는 것이다. 잇따른 교사의 죽음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의 스트레스가 누적돼 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비단 교사만의 일이 아니다. 간호사, 방송 작가 등 한국 사회에서 ‘엄마’처럼 돌봄의 역할을 겸하는 직업군의 상황이 대부분 비슷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직업군은 모두 ‘여초 직업’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배경에 대해 "착한 ‘K-도터’들이 스스로 안정적인 직업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여자가 하기 좋다’라는 이유로 부모가 권유하거나 책임감이 강한 딸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기 위해 고르는, 비교적 나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여초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겪는 모순을 정조준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말 이면에는 개인의 성장만이 담겨있지 않다. 적당한 소득과 귀가 시간, 육아휴직이 보장되면서 결혼한 후 일과 가정을 모두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특히 ‘K-도터’들에게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개인의 꿈보다는 안정이 최우선 가치로 고려됐다. 그렇게 많은 여자들의 꿈은 좁혀지고, 작아져 왔다.


[빵 굽는 타자기] 그녀들은 왜 직업을 때려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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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성들의 직업이 직업 선택 이후에도 끊임없이 저평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육 업무 외에도 학생과 학부모 민원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교사들, 과밀 업무 속에서 ‘태움’이라는 사내 폭력을 겪는 간호사들, 저임금·과노동 속에서 방송 제작에 필요한 보조 업무 전체를 도맡는 방송 작가들. 일터에서나 가정에서나 여성은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고, 돌봄의 역할은 언제나 평가 절하된다. 엄마라면 당연하게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처럼 말이다.


저자는 교사, 간호사, 방송 작가 등 직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여성 32명의 증언을 직접 듣고 생생히 책에 담았다. 수많은 인터뷰집이 한계를 이겨내고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책은 그 일을 ‘때려치운’ 이들에 주목한다. 나아가 저자인 서현주, 이슬기 작가 모두 각각 교사, 기자를 그만두며 스스로 레퍼런스가 되기를 자처한다.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할지라도 ‘힘들면 그만둘 수 있다’는 선택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좋은 직업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당한 가치를 평가받는 직업이에요."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의 직업이 무가치하다는 것이 아니다. 여초 직업들도, 돌봄의 역할을 하는 직업들도 이제는 제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직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힘들면 언제든 때려치워도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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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슬기, 서현주 지음 |동아시아|268쪽|1만7000원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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