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위 작업자 8명 중 6명 실종
테러 징후 없어…백악관 "모든 연방자원 투입"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인근 대형 다리가 26일(현지시간) 심야에 출항한 대형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붕괴했다. 이 사고로 교량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고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다만 충돌 직전 선박이 보낸 조난 신호를 보고 당국자들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며 대형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30분께 싱가포르 국적 대형 화물선인 달리호가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교량은 충돌 직후 상판부터 시작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시 교량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중 2명은 구조됐고 6명은 실종됐다. 구조된 2명 중 1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교량과 충돌하면서 선박에도 화재가 발생했으나 즉시 진화됐으며 달리호 승무원 22명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트펠트 주 교통부 장관은 교각 위를 지나던 차량이 추락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공사 인부만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 규모가 20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선박이 충돌 전 조난 신고를 하고 차량 출입이 통제되면서 대형 참사를 피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 신호가 왔을 때 교량을 통제한 당국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들은 영웅이다. 지난밤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또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사고가 발생한 점도 대규모 실종자 발생을 막았다.
당국은 현재 수중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백악관은 테러 징후는 없다고 결론 내리고 비상상황 대응에 가용한 연방 자원 투입을 지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상황은 끔찍한 사고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의도적인 행동이 있는지를 믿을 만한 어떤 이유나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실종자에 대한 수색·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연방정부 자원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 출입과 볼티모어 항구 가동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지된다"며 "선박 통행이 재개되려면 수로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티모어 항구는 미국의 가장 큰 해운 허브 중 한 곳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를 가동할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교량을 다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를 낸 달리호는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한 3만2000t, 290m 크기로 컨테이너 9700개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선주는 그레이스 오션, 용선사는 머스크다. 달리호는 이날 오전 1시께 볼티모어를 출항했으며 스리랑카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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