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하며 3000명이 넘는 피해자를 상대로 3000억원대 투자 사기를 저지른 부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와 부인 김모씨에게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로 기소된 모 부대 전 여단장 김모씨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경기도 포천의 한 식물원을 인수한 정씨 부부는 "부동산 경매·부실채권 매각으로 연평균 30%가량의 높은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3000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3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 열풍이 시작됐던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2021년까지 포천의 부동산 등을 빌미로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약정기간이 종료된 투자자들에게는 신규 투자금을 이용해 원금과 수익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두 사람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도 다액의 신규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포천의 한 군부대 인근 현수교 건립 사업과 관련해 공사 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시 여단장 김씨에게 뇌물을 주거나 뇌물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 두 사람은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뇌물 공여약속 혐의와 일부 뇌물 공여 혐의만 무죄로 판단하고 두 사람의 나머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 남편 정씨에게 징역 25년, 부인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부가 부동산과 부실채권 사업만으로는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보장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봤다.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여단장 김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세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한 후에도 다액의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비난가능성이 크다"라며 징역 25년과 20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세 사람은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씨 부부의 상고이유와 관련 "두 사람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했다"라며 "이런 경우 원심(2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의 양형판단에 죄형균형의 원칙 및 책임주의 원칙 위반, 양형사유에 대한 판단누락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라며 "피고인 정씨와 김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정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피고인 김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여단장 김씨에 대해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정씨 부부가 인수한 포천의 식물원 평강랜드는 핑크뮬리 명소로 유명해졌으나 사기 범행의 여파로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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