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AI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면밀히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투자 분야를 선정,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7일 발간한 '우리 기업이 주목할 만한 2024년 글로벌 기술 트렌드 전망: 어디서나 한 번에 구현되는 AI'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를 기반으로 기술 트렌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올해의 화두는 단연 AI'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AI가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가 아니라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헬스케어, 로봇 등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메가 트렌드이자 전기와 같은 범용 기술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AI 열풍에 올라탔다. 최근에는 클라우드나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시스템 반도체 강자들은 온디바이스 칩셋에 집중 투자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생산을 선언하는 등 'AI 칩셋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로 선점하고 있는 AI 기반 기술 분야 시장으로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스탠퍼드대가 지난해 발표한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2013~2022년 AI 민간 투자액이 56억달러로 세계 9위에 그쳤다. 이는 1위 미국(1489억달러)과 약 44배 차이 나는 규모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AI 밸류체인을 면밀히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투자 분야를 선정하고, 시장에 나와 있는 AI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AI 산업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관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보고서는 올해 기술 트렌드로 AI와 함께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디지털 헬스 등에 주목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기존 자동차 산업이 전통적 내연기관과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AI가 결합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고, 자율주행 트럭이 곧 상용화해 물류 시장 지각 변동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가능성 추구는 단순한 규제·법규 준수 이슈를 넘어 인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기업 수익 창출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환자 개인별 맞춤 진료가 가능해지고, 건강관리 비용 절감 솔루션 등의 등장으로 디지털 헬스 분야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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