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모금 행사서 바이든 마네킹 설치
발로 차면서 폭행하는 등 모습 공유돼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커져
미국 캔자스주에서 열린 공화당 모금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마네킹을 발로 차는 모습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난 8일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에서 열린 공화당 주최 모금 행사 참석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닮은 실물 크기 마네킹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참가자들이 이 마네킹을 공격하기 전에 기부하도록 권유받았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참석자들은 '레츠 고 브랜던'(Let’s Go Brandon)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바이든 대통령의 마네킹에 발길질한다. 망치를 닮은 도구로 마네킹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치기도 했다. '레츠 고 브랜던'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구호다. 2021년 자동차 경주 우승자 인터뷰 도중 관중석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욕설을 하자 NBC 기자가 "관중들이 '레츠 고 브랜던'을 연호하고 있다"라고 둘러댄 데서 비롯됐다.
해당 영상이 퍼지자 행사 주최자인 한 공화당 관계자는 "(당 행사 이후) 가라테 도장에서 호신술 수업을 홍보하기 위해 해당 부스를 열었다"며 "아무도 훈련 장치를 치는 대가로 기부금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마네킹이 모금 행사와는 무관했고, 해당 마네킹도 즉시 철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변명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행사 주최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마이크 커클먼 전 캔자스 공화당 의장은 " 캔자스의 압도적 다수 공화당원은 나만큼이나 혐오감을 느낀다"며 "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동료"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누구도 이 끔찍하고 부끄러운 행위를 묵인하거나 용인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댄 호킹스 캔자스주 하원의장(공화당)은 "농담처럼 보일 수 있는 일이 일부 사람에게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행동을 허용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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