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CPI·근원 CPI 예상 웃돌았지만
시장, 6월 금리 인하 전망 유지
엔비디아, 7% 넘게 급등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2일(현지시간) 시장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를 소화하며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신중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CPI 상승률이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도 7% 넘게 급등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국채 금리는 오름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5.83포인트(0.61%) 상승한 3만9005.4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7.33포인트(1.12%) 오른 5175.27로 장을 마감해 역대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246.36포인트(1.54%) 뛴 1만6265.64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문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2월 CPI 지표가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뛰었다. 전문가 전망치 3.1%를 웃도는 수준으로, 1월(3.1%) 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해 예상치(0.4%)에 부합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8%, 전월 대비 0.4% 올랐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3.7%, 0.3%)를 상회했다.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CPI를 끌어올렸다.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라 1월(0.6%) 보다는 상승폭이 축소됐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3.8% 뛰었다. 1월에는 3.3% 내렸었다. 미 노동부는 월간 CPI 상승분의 60%가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 상승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중고차, 의류, 자동차 보험 가격과 항공료도 올랐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2월 CPI는 아마도 (Fed가) 정책을 좀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며 "변동성은 있으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ed는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월 CPI 상승률이 오는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며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지난 2007~2021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냈던 에릭 로젠그렌은 "기본적으로 근원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임금, 급여가 하락하는 한 이번 보고서가 6월 금리 인하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를 실제로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70% 가까이 반영 중이다. 하루 전 71%대와 큰 차이가 없다.
2월 CPI 발표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크게 후퇴시키지 않으면서 기술주가 급등했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7.16%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는 각각 2.66%, 3.34% 올랐다. 오라클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뒤 11.77% 급등했다.
리건 캐피털의 스카일러 바이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약간 식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도 "실적, 인플레이션, 금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무엇이 시장의 모멘텀을 막을 지 알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는 14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된다. P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1.1% 오를 전망이다. 같은 날 나오는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에는 0.8% 감소했었다.
시장의 관심은 3월 FOMC로 향하고 있다. Fed 당국자들이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놓고 어떤 견해를 내놓을 지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예고한 대로 연내 세 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할 지, 아니면 두 차례 인하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아질 지가 관건이다.
국채 금리는 오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4.15%,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5bp 상승한 4.58%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국제유가는 미국 석유 생산 증가 전망에 소폭 내리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37달러 내린 배럴당 77.56달러, 브렌트유는 0.29달러 하락한 81.92달러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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