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달리 기업 '스스로'
인센티브로 기업가치 유도
이사회가 기업가치 제고 주체
'단타성 호재' 지양…중장기 정책 강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상장기업 이사회가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공시하는 것이다. 사실상 강제적 성격이 강한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달리 우리 정부는 세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일본에 없는 5종 세정지원…기업의 자발적 참여 당근책
앞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법인은 기업가치 현황을 분석해 매년 1회씩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홈페이지와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공시 규정과 관련해 시행 세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월에 기업과 시장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세부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①현황진단 ②목표설정 ③계획수립 ④이행평가·소통 등 4가지 내용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현황 진단 시 기업의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파악해 현재의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기업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자본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설정한다. 금융위는 목표 기간을 최소 3년 이상으로 제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 호재성 재료만 찾으면 안 된다"며 "지속해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목표 설정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경영전략, 추진 일정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안에 담아야 한다. 공시 2년 차부터는 목표 이행과 평가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소통 강화 여부도 평가 대상에 들어간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면서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사회의 역할은 6월에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에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정부의 강제가 아닌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균형감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에 없는 5종 세정지원…기업의 자발적 참여 당근책
금융당국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토록 유도하기 위해 세제지원과 표창이라는 인센티브를 준비했다.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경제부총리상, 금융위원장상, 거래소이사장상 등 정부 차원의 '기업 밸류업 표창'이 신설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충실도, 이행, 주주와 소통 등을 종합 평가해 매년 5월 10여개 상장사에 상을 줄 계획이다.
표창을 받는 10여개의 상장사는 세정 지원을 받는다.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기업도 우대를 받는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만큼 열심히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상장수수료 면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코스닥협회 코스닥 대상 시상기업 선정 시 가산점도 받게 된다.
다만 기업들의 기대와 달리 상속세율 우대는 인센티브 논의에서 제외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최대 세율은 50%다. 대기업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추가 과세가 적용돼 최대 60%를 적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것이 승계에 유리하다. 이로 인해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상속세율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장법인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정부 관계자는 "상속세 이슈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기관·외국인 투자자 유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주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발한다. 금융위는 자산운용사, 기관투자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9월까지 지수를 개발하고, 4분기 중 관련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자기자본이익률(ROE) 및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나아가 기업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도 지수에 편입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7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출시했다. 프라임 시장 상장사 중 자본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150개 기업으로 구성했다. 이와 관련해 다이와자산운용이 'ifree JPX prime 150 ETF'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개발되면 ETF, 펀드 등 금융상품 출시에 활용될 수 있으며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도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금융위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 판단에 활용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반영토록 가이드라인에 명시할 계획이다.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로 이어지도록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