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조사서 이미 유료 구독 기능 문제 제기
메타, 지적 수용 안 해…“필터링 허점 많다”
소셜미디어(SNS)가 온라인에서 아동 성 상품화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유료 구독 기능이 이에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내부에서 이미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모회사인 메타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최근 일부 부모들이 SNS 유료 구독 기능을 통해 미성년 자녀를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지속해서 불거졌다”며 “해당 기능의 문제점에 대한 경고는 메타 사내에서도 지난해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이미 제기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메타의 2개 팀은 “부모가 운영하는 미성년자 계정 수백 개가 유료 계정 구독자에게 일반 팔로워는 볼 수 없는 사진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조사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유료 구독 콘텐츠에는 비키니 차림의 어린 여자아이 사진 등이 포함됐고, 해당 이미지에는 성적인 댓글이 공공연하게 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조사팀은 인스타그램의 자동 추천 알고리즘이 아동 모델 계정의 구독을 소아성애 성향의 이용자에게 추천하고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해당 계정을 운영하는 부모는 누드 이미지나 불법에 해당하는 사진이 아니라고 해도 사진들이 성인들의 성적인 만족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성년 자녀를 모델로 삼아 불법 사진을 찍은 부모가 형사 처벌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사진사를 고용, 미성년 자녀의 비키니 사진을 찍어 올린 여성이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텍사스에는 같은 사진사를 고용해 8세 자녀의 누드 사진을 찍은 여성이 32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조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유료 구독 계정에 아동이 등장하는 콘텐츠를 게재할 경우 사전에 등록하도록 해서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틱톡 등 경쟁 플랫폼이 아동이 모델로 등장하는 계정의 구독 기능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조사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메타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부모가 운영하는 미성년자 계정에 소아성애 의심 이용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자동화된 필터링 시스템만 운영했다. 이런 필터링 장치는 새 계정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쉽게 우회할 수 있다는 허점이 있다.
메타 측은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춘 뒤 유료 구독 기능을 출시했고, 해당 기능에 대한 모니터링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메타의 앤디 스톤 대변인은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하면서 탄탄한 안전 조치와 콘텐츠에 대한 다중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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