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복지차관-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생방송 TV토론회
의대 증원을 놓고 극단 대립 중인 정부와 의료계가 23일 생방송 공개토론을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에서 90분간 의대 증원 필요성, 2000명 규모의 적절성, 시행 후 교육의 질 저하 우려 등 쟁점 사항에 대해 각을 세웠다. 다만, 의대 증원과 관련해 박 차관은 "전체 패키지와 함께 만나서 논의하자"고 했고, 김 위원장은 "정부가 유연성을 보이면 협상하겠다"고 답해 논의의 여지를 보였다.
의대 증원 필요한가…"의료체계 한계 봉착" vs "필수과 기피가 핵심"
이날 박 차관은 국내 의료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공급은 한정돼 불균형이 심해졌다"며 "대형병원의 긴 대기시간, 상경 진료, 응급실 뺑뺑이, 지역병원 구인난과 그로 인한 임금 상승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박 차관은 "전반적으로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현상"이라면서 "의료계 워라밸 추세를 반영해 근무시간도 줄여야 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고는 해결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나라마다 의료보장 체계나 의료시스템이 다른데, '인구 수당 의사 수'만 놓고 '부족하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라고 반문하며 "해외에선 예약 대기가 일주일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대기시간이 그만큼 길지도 않다. 개원가가 넘치고 봉직의가 일부 부족한 건 맞지만 그건 의사 수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이자 필수과 기피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2000명 규모, 조정 여지 있나 "만나서 논의하자" vs "유연성 가져야"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서 논의할 순 있지만,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선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이 의정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2000명 증원 규모가 크지 않냐는 주장이 있는데, 증원이 늦어질수록 (나중에는) 의사 부족분을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박 차관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양보할 뜻이 없다는 말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증원 규모는) 협상으로 밀고 당길 과제가 아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도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내용의 하나"라며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해) 증원 속도를 조절할 것인지, 다른 방안이 또 있는지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논의하기 전에 의협이 (협상 테이블에서) 뛰쳐 나가버렸다. 구조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서 논의하자"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2000명은 축소할 수 없는 최소한의 증원 필요 규모라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박 차관이 이날 토론회에서 이처럼 발언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만나서 논의하자는 박 차관의 언급에 대해 "정부가 의사 수에 대해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보이면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처음에는 350명 증원 의견을 의료계에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에)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보인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증원 근거 연구자료 3건에도 2000명이라는 숫자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는 "연구 보고서는 앞쪽에 '과학적 분석', 뒤쪽에 '정책 제안'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부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증원 규모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결정 시 근거 연구자료의 분석은 참고하지만, 연구자 개인의 증원 규모 제안을 반드시 반영할 의무는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 질 저하 "국립의대 교수 1000명 확대" vs "교수 구하기 어려워"
2000명을 증원하면 일대일 실습이 중요한 의대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설전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기초의학 교수는 정말 구하기 어렵다"면서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박 차관은 "교육의 질 저하 없이 (2000명 증원이) 충분히 가능하다.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국립대 의대 교수 정원을 늘리고, 사립대는 재단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의대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교육 현장에서 우려하는 점을 들어보니) 교수와 학생 1:1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의대 증원으로) 갑자기 수십명의 학생이 들어오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일부 대학은 이미 교수 3명당 학생 1명인 곳도 있기는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수를 충분히 충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기초의학 교수 구인난 지적에 대해 박 차관은 "의대생이 기초의학 전공을 잘 선택하지 않아 (교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점도 알고 있다"며 "(의대 출신이 아닌)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등 기초의학 관련 다른 학과 전공자를 임용하는 등 기초의학 교수 충원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필수과목 외면 "수가 점진적 인상" vs "원가만 맞춰줘도 살아나"
필수과목 기피의 원인에 대한 토론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필수과목 기피는 수가가 낮게 책정된 탓"이라며 "필수과목 수술 수가는 진료 원가의 80%에 불과한데 수가를 원가 정도로만 맞춰줘도 필수의료가 살아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수술, 처치 수가가 원가 아래인 것은 사실"이라며 "검체 검사와 영상 진단 수가 등은 원가의 100% 이상으로 높게 책정돼 있으므로 (전체적인) 수가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분만 수가 등을 급격히 인상시키니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하고 개업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 무조건 급격히 인상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필수과목 수가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를 별개로 집중 투자하겠다"며 "신규 투자로 2028년까지 '10조원 + α(알파)' 계획을 세웠다. 10조는 기본적으로 하고, (플러스 알파 부분은) 예산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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