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송광사 금강문·보은 법주사 천왕문 등
사찰 삼문 체계 성립되면서 나타난 건축물들
"국내외 관심으로 문화 기반 강화되길 기대"
그동안 저평가된 금강문(金剛門)·천왕문(天王門) 등 불교 문화유산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완주 송광사 금강문'과 '보은 법주사 천왕문' 등 여덟 건을 보물로 지정한다고 16일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불교 문화유산이 국내외로 관심받아 문화 기반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찰 산문(山門)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 '영암 도갑사 해탈문(국보)'뿐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2022년부터 전국 사찰 산문 약 쉰 건을 일괄 조사하고, 관계전문가 회의와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높은 여덟 건을 선별했다.
금강문과 천왕문은 일주문과 함께 조선 시대 사찰의 삼문(三門) 체계가 성립되면서 나타난 건축물이다. 전자는 금강역사(金剛力士), 후자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을 봉안해 부처님의 가람과 불법을 수호한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완주 송광사 금강문과 보은 법주사 천왕문, '순천 송광사 사천왕문', '구례 화엄사 천왕문'은 하나같이 17~18세기에 건립·중창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폐허가 된 사찰에서 벽암각성(碧巖覺性)과 그 문파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중건했다.
완주 송광사 금강문은 인조 27년(1649) 이전에 건립됐다고 추정된다. 여타 임진왜란 뒤 산문처럼 천왕문과 직선 축 선상에 배치됐으나 주심포나 익공계 맞배지붕이 아닌 다포계 팔작지붕이다.
보은 법주사 천왕문은 정유재란 뒤 법주사를 재건한 17세기 초 건립됐다고 알려졌다. 문화재청 측은 "2018년 천왕문 기둥과 사천왕상의 연륜 연대를 분석한 결과 1620년경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형태는 정면 다섯 칸, 측면 두 칸이다. 현존 천왕문 가운데 가장 크고 넓다. 좌·우 협칸과 퇴칸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조사천왕(보물)이 각각 두 구씩 네 구가 안치돼 있다.
순천 송광사 사천왕문은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다포계 맞배건물이다. 상량문과 사천왕문 해체보수 과정에서 확인된 상량묵서에서 광해군 1년(1612) 중창된 사실이 확인된다. 자연 친화적 위치에 지어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공포가 간결하면서도 강직한 조선 중기의 건축적 특징을 보인다. 중창 당시의 위치와 형태를 잘 유지하고, 천왕문 건축 확산의 조성 계보를 이어 학술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구례 화엄사 천왕문은 고려 후기에 건립됐다고 추정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는데 인조 14년(1636) 벽암 각성(碧巖覺性)에 의해 중창됐다.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겹처마 맞배지붕 건물로, 좌·우 협칸에 1630년대에 조성됐다는 소조사천왕상(보물)이 봉안돼 있다. 목재 판벽과 회벽이 혼용된 벽체도 남다른 특징으로 손꼽힌다.
양산 통도사 천왕문은 숙종 39년(1713)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이듬해 중건했다는 역사가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건립 시기가 명확히 규명되는 보기 드문 사례로 분류된다. 구조는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맞배지붕이다. 점차 간략화돼가는 익공의 양식적 변천 과정과 포작의 시대별 특성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영광 불갑사 천왕문은 영조 1년(1735) 이전에 건립됐다고 전해진다. 여러 차례 보수와 이건에도 건립 당시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형태는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겹처마 맞배지붕이다. 대량(大梁)을 부재 두 개를 이어 사용한 합보, 이음부를 꺽쇠로 각각 보강했다. 하부는 심주(心柱·건물 내부 중앙에 설치한 기둥)를 세워 받쳤다. 문화재청 측은 "다른 사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라며 "장식화 경향이 잘 나타나 학술·예술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포항 보경사 천왕문은 숙종 5년(1679) 중창되고 영조 37년(1761)에 중건된 산문이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가운데 통로 칸에 쌍여닫이 띠장널 문이 달려 있다. 진입영역의 산문이라기보다 중심 주불전 영역의 정문으로서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 정면의 가운데 기둥 밑부분에는 보경사 적광전(보물)과 유사한 사자상이 조각된 신방목(信枋木)이 설치돼 있다. 국내 천왕문으로는 유일한 사례로, 학술·예술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김천 직지사 천왕문은 천불전, 자하문과 함께 임진왜란 방화를 피해 유지돼오다 현종 6년(1665) 사천왕상을 새로 조성하기 전에 중건됐다고 추정된다. 구조는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이다. 보은 법주사 천왕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좌·우 협칸에는 현종 6년 전라도 송광사 승려 화원이 조성한 소조사천왕상(보물)이 각각 봉안돼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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