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곳 넘는 결정사 도산·폐업
신혼부부 4명 중 1명 앱으로 만나
일본에서 '매칭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불리는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끌면서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매칭 앱 이용이 활성화되고 앱으로 만나 결혼하는 '앱혼'이 증가하면서 결정사들이 가격경쟁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6일 기업정보 제공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결정사 도산은 사상 최다 건수인 11건을 기록했다. 휴·폐업 도 역대 최다인 11건으로, 사실상 지난해에만 20곳이 넘는 결정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저출산·고령화에 이어 만혼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정착하면서 결정사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었다"며 "여기에 온라인에서 인연을 찾는 매칭 앱의 정착이 큰 위협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형 생보사 메이지야스다생명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1년 이내 결혼한 부부에게 만남의 계기를 물은 결과 '매칭 앱으로 만났다'는 답변이 25%로, '직장 동료나 선후배'라는 답변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맞선으로 만나 결혼했다는 답변 비율은 1%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결정사 도산은 매칭 앱과의 가격 경쟁이 원인이었다고 제국데이터뱅크는 분석했다. 가입비가 없거나 일부만 가입비를 받는 매칭 앱과 달리 입회금, 등록료 등을 받으면서 문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본 결정사의 경우 입회 비용은 10~20만엔(90~178만원)이며, 월회비도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5000엔(4만5000원)에서 많게는 2만엔(17만8000원) 정도 내야 한다. 결혼 상대가 결정됐을 때 지불하는 성혼료는 20~30만엔(178만원~268만원) 정도다. 여기에 독신 증명서 발행비, 맞선 사진 촬영비 등도 추가된다. 이에 결정사들은 생존 전략으로 회원 전용 파티와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 기획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고액의 광고비가 오히려 큰 손실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서 매칭 앱 붐이 계속되면서 결정사들의 활로 모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부터 '페어즈' 등 매칭 앱 회사 3곳이 TV 광고를 앞다투어 시작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까지 매칭 앱 사용 장려에 나섰다. 지난해 말 도쿄도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매칭 앱 '도쿄 후타리 스토리'를 발매했으며, 오는 4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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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데이터뱅크는 "다만 매칭 앱 이용자가 늘면서 신원보증이 안 된 회원으로 생기는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매칭 앱에서 유출된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해 어떻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가 향후 결정사 비즈니스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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