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봉합 이틀만에 민생토론회
GTX C노선 착공 기념식 참석
명품가방 논란은 대담 통해 설명 검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재개했다. 당·대통령실 갈등을 진화하고 민생행보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갈등 사태를 조기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윤 대통령은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 격차 해소’를 주제로 여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가 있었던 지난 22일 감기 기운을 이유로 토론회에 불참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당일 대통령의 불참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가 한 달에 두 번으로 정해진 대형 마트의 의무 휴업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단말기 유통법도 전면 폐기해 이동통신사·대리점들의 자유로운 보조금 경쟁을 유도하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방안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정책홍보 효과가 더 컸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 이유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듯 이날 여섯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수도권 출퇴근 교통난을 해소하고, 지방 교통 인프라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하고, 지방에서도 GTX급 고속 광역급행철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총 4개 대도시권에 광역급행철도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었다.
이날 민생 토론회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은 의정부시청 다목적체육관에서 개최된 GTX C노선 착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GTX C 노선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을 출발해 서울 청량리역, 삼성역을 지나 경기 수원시까지 86.46km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최고시속이 180km로 지하철보다 약 3배가량 빠르며 14개 정거장 모두 일반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으로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광역급행철도 추진으로 국민의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GTX C 노선을 따라 새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역세권에 신규 주택 부지가 공급될 것"이라며 착공을 축하했다.
착공식 이후 윤 대통령은 경기도 대표 전통시장인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이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은 것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의정부제일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 인근에 정착한 실향민들의 판잣집 오일장에서 유래했으며, 현재는 점포 수가 600개가 넘는 대규모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은 상인회장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함께 떡집, 생선가게, 반찬가게 등 다양한 점포를 돌았다. 시장 떡집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많이 팔리나", "제가 좀 사야죠"라며 직접 떡을 구입했고, 떡볶이집에서는 어묵국물을 마시면서 주인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함께 시장 인근에서 의정부를 대표하는 음식인 부대찌개로 오찬을 함께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주차장 확충 등 전통시장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위해 점포 노후화 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통시장이 물건 구매뿐 아니라 문화·관광의 대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장에 대표 상품이나 먹거리가 생기면 그것이 브랜드화되고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동행한 오영주 중기부 장관에게 "시장 상인들이 세계 곳곳의 우수한 시장을 방문해 배울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적극 검토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생각해 보라"고 주문했다.
이날 민생토론회·GTX C노선 착공 기념식에 이어 전통시장을 방문, 민생행보 재개에 나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언론사와 신년 대담을 통해 국정 운영의 구상을 밝히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설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자칫 시기를 놓칠 경우 여론 악화로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설 연휴가 다가오기 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방식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의도적인 ‘함정 몰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입장 표명을 하는 방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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