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에서 김치통, 마늘밭까지
범죄 수익 '검은 돈' 숨기기 백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약 550억원을 번 일당이 22일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벌어들인 돈을 슈퍼카, 고급 아파트, 예술품에 탕진한 것도 모자라 아파트 안에 5만원권 돈더미를 쌓아놓고 살다가 적발됐다.
방안에 쌓아놓은 5만원 돈다발 침대
부산지검이 공개한 돈더미는 어림잡아도 라면박스 수십여개를 쌓은 것으로 보인다. 라면박스에 5만원권을 담으면 6억원 정도가 들어가니 10개만 쳐도 60억원에 이른다. 불법으로 취득한 자금을 숨기는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갑작스럽게 대규모 현금을 불법으로 취득할 경우에는 현금을 어디다 숨겨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2017년 6월 전남 보성군 한 공무원의 자택에서 발견된 7500만원.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그것도 마당 땅속에 묻은 김치통과 집 다락방에 숨겨져 있었다. 보성군 공무원 A씨가 관급계약 관련으로 브로커에게 받은 뇌물이다. 그의 전임자도 뇌물로 2500만원을 받은 뒤 은닉하려고 책장 속에 숨겼다.
김치통과 다락방, 책장, 나무밑에도
2013년, 여수우체국의 금고를 털어 5000만원을 챙겨 달아난 일당은 해당 금액 중 3500만원을 들고 여수시에 있는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이들은 집 앞에 있는 유자나무 아래를 파낸 뒤, 구덩이 안에 비닐로 감싼 현금 더미를 묻었다.
이곳은 범인의 아버지 묘소 근처였다. 검찰에 적발된 범인은 아버지의 묫자리에 돈을 묻은 이유에 대해 "나중에 찾기 쉬울 것 같아 은닉장소로 택했다"고 실토했다. 나머지 1500만원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뒤편 체육공원 다리 밑 돌 틈 사이에 숨겼으나, 결국 발각됐다.
2011년 '마늘밭 돈뭉치 사건'은 지금도 회자된다. 2011년 4월 10일, 전라북도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한 마늘밭에서 굴착기 기사가 무려 110억 원어치의 돈뭉치를 발견했다. 경찰의 추적 결과 이 돈은 땅 주인의 두 처남과 일당들이 2008년 1월부터 09년 11월까지 불법 도박 사이트(스포츠토토)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었다.
2011년 비닐에 싸인 100억원 '마늘밭 사건'
이들은 아파트 집 장롱과 화장대 밑, 다용도실, 금고 등에 나눠 보관하던 110억원을 비닐로 포장한 뒤 김치통·실리콘통·양은찜통 등에 나눠 담아 밀봉하고는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 땅에 묻었다. 마늘과 고추 등을 심어서 마늘밭으로 알려지게 됐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끝내 패가망신한 사건도 있다. 2015년 부동산 경매로 100억원대의 이익을 낸 B 씨는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온갖 돈세탁을 동원했다. 세탁 과정을 거친 돈은 현금으로 인출해 경기도에 있는 호화 단독주택에 숨겨 뒀다.
오스템 등 거액 횡령엔 어김없이 부동산과 금괴 등장
하지만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었다.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 없이 자택을 방문하자, B씨는 돈이 든 가방을 서둘러 가마솥 아궁이 속에 숨겼다. 국세청 직원 중 한 명이 끝내 아궁이 속에서 5만원짜리 돈다발과 미화 100달러 다발이 가득 든 가방을 찾아냈고, 완전범죄도 끝났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이들은 어떻게 돈을 숨겨놨을까. 2021년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관리 팀장인 직원 이모씨는 2215억원을 빼돌렸다. 돈세탁 작업에는 온 가족이 동원됐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샀고 리조트 회원권을 사들였으며, 여기에만 100억원을 지출했다. 금괴 855㎏을 681억원에 구입한 뒤 일가친척 집에 숨기기도 했다.
오스템 횡령은 단군 이래 최대 횡령이었지만 그 기록은 바로 깨졌다. BNK경남은행의 한 직원이 200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무려 3000억원을 횡령 및 유용했다. 다만 빼돌린 자금 상당액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원리금 변제 등 '대출금 돌려막기'에 지출됐고, 나머지 378억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직원과 그 가족들은 부동산을 사들이고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등 월평균 70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해당 직원의 아내는 횡령 자금을 다른 계좌로 빼돌려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수표로 바꿔 김치통 내 김치 사이에 숨겨뒀고, 83억원 상당의 골드바 101개도 사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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