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225 올해만 9%↑…항셍 지수 12%↓
중국을 떠난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불장'이 된 일본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투자하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중국을 대체할 해외 투자처로 일본을 눈여겨본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니케이225 지수는 올해 이미 약 9% 상승하며 연일 치솟고 있다. 이는 일본 최대 호황기였던 버블(거품) 경제 시기 1989년 10월 최고점 대비 약 6% 하락한 수치다. 1년 전만 해도 2만6000선 수준이었지만, 22일 장중 한때 3만6500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CSI 300 지수는 6% 떨어졌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테크 공룡이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는 사정이 더 나쁘다. 올해 들어 12% 하락했다.
전반적인 중국 증시 상황은 어둡지만, 일본 증시를 추적하는 중국의 상장지수펀드(ETF)는 호조를 보인다. 예컨대 중국 AMC 노무라 니케이 225 ETF는 순 자산가치 대비 10% 이상 프리미엄으로 거래돼 경고받을 만큼 인기가 높다. 22일 니케이 지수는 1.6%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해당 펀드는 6.3% 상승했다. 중국에 상장된 다른 일본 ETF도 비슷하다.
WSJ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추세를 좇기로 유명하지만, 이는 더 큰 흐름을 보여준다"며 "중국을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1월 둘째 주 외국인투자자들은 9560억엔(약 8조6505억원)어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2023년 1년간 순매수액이 3조1000억엔(약 28조507억원) 수준인데, 1주일 만에 3분의 1만큼을 사들인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초 열심히 매수하던 중국 주식을 팔고 있다. 올해 들어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주식 300억위안(약 5조5866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8월부터 보면 약 2200억위안(약 40조968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리포트를 내고 유럽, 미국, 홍콩 등에 있는 펀드들이 올해 16억달러(약 2조1440억원) 규모의 중국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일본 기업들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율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엔저 효과에 따른 수출 기업 실적 개선,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종료 신호도 긍정적 요소다.
중국 증시 부진도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으로 향하는 주요 이유다. 중국 시장에서 뺀 돈을 재투자할 큰 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일본 시장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WSJ은 "특히 미국 외에도 골고루 투자하길 원한다면 6조달러 규모의 일본 주식 시장은 완벽한 새로운 보금자리"라고 설명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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