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다보스포럼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
"분열의 10년…빈곤 근절 230년간 어려워"
코로나19 대유행 약 3년간 세계 5대 부자의 자산은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약 50억 명은 전보다 가난해져 빈부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다보스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한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발생한 극심한 부의 증가가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불과 3년 만에 전 세계적인 팬데믹, 전쟁, 생계비 위기, 기후 붕괴를 모두 겪고 있다"며 "이로써 부유층과 빈곤층, 소수와 다수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분열의 10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 자산 상위 5명의 자산이 2020년 4050억 달러(약 532조6000억 원)에서 2023년 11월 8690억 달러(약 1142조7000억 원)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자산은 시간당 1400만 달러(약 184억1000만 원)씩 증가한 것이다. 또 전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같은 기간 동안 34% 증가해 3조3000억 달러(약 4339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물가 상승률보다 3배 빠른 속도다.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에서 첫 '조만장자'가 탄생하고, 빈곤은 230년간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금융자산만 놓고 보면 상위 1% 부자들이 전 세계 금융자산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에서는 상위 1% 부자가 전체 금융자산의 50%를 보유했다. 중동과 유럽에서는 48%, 4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렸다. 전 세계 상위 148개 기업의 2023년 상반기까지 순이익은 총 1조8000억 달러(약 2369조 원)로, 앞선 4개년 평균 순이익보다 52% 증가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같이 창출된 부의 배분이 불평등하게 이뤄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2022년 7월~2023년 6월, 96개 글로벌 대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82%가 '슈퍼리치' 대주주들에게 배분됐다. 반면 1600개 대기업 중 0.4%만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 수준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21%를 차지하는 북반구 국가들에 전 세계 개인 자산의 69%, 억만장자의 자산 74%가 집중됐다. 반면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들은 2029년까지 매일 약 5억 달러(약 6575억 원) 규모의 이자와 부채 상환금을 변제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또 세계 노동자 7억9100만 명의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지난 2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972조5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자 1인당 약 한 달(25일) 치의 임금을 잃은 셈이다.
남녀의 임금 격차도 컸다. 여성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가장 낮은 일자리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2019년 기준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가 1달러를 버는 동안 절반 수준인 51센트를 버는 데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활임금 보장, 의료·교육 등에 대한 접근성 보장, 최고경영자 급여 상한선 적용, 초과이윤세 및 부유세 부과, 독점 타파 및 특허 규정 민주화 등을 제시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임시 총재는 "불평등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억만장자 계층은 기업들이 다수를 희생시키면서 그들에게 더 많은 부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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