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카이로 선언' 현장서 강조
"대만 독립 추구하는 자, 엄중하게 처벌"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하던 민진당이 승리한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독립은 불가능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왕 부장은 선거 결과가 어떻든 '하나의 중국' 원칙은 불변이며 분리주의자는 엄중히 처벌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집트를 방문 중인 왕 부장은 이날 카이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 독립은 과거에도 불가능했으며, 미래에는 더더욱 불가능하다"면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자는 누구든 역사와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 지역 선거는 중국 지방의 일"이라고 일축한 뒤 "결과와 무관하게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국제 사회의 합의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관련 내용을 언급한 장소인 카이로는 1943년 미국과 영국, 중국 대표가 함께 모여 대만을 중국에 반환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왕이 부장은 "이후 발표된 포츠담 선언 제8조는 '카이로 선언의 조항을 이행한다'고 규정했고, 일본은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국제적 법적 효력을 지닌 이 문서는 전후 국제 질서의 필수 사항을 구성하며 대만이 중국의 영토인 역사적,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선거 결과 발표 후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분리주의자에 대한 경고를 강화해야 한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신창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민진당의 집권 상황에서 대만 분리주의자들의 도발과 양안 긴장 고조의 위험이 더 커지므로 중국은 이 도발이 충돌을 일으킬 것에 대해 미국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간섭이 심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민진당의 총통 선거 득표율(40.05%)이 절반을 넘지 못했고,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113석 중 51석을 얻으며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신 부주임은 "입법위원 의석수가 많이 감소한 것은 민진당의 통치가 대만 주민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창리치 샤먼 화차오대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대만의 일부 여론은 최근 몇 년간 본토(중국)와의 긴장을 야기한 민진당 정책과 경제 불황을 초래한 당국의 무능과 부패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왕이 부장의 카이로 발언을 3면에 실었다. 또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축하 성명을 발표한 미국에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반발한 외교부의 공식 입장을 함께 보도했다.
이날 인민일보의 1면 머리기사는 지난 13~1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앙정법공작회의에서 중국 신시대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연구와 당의 중심 임무를 강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다뤘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국가 안보를 확고히 수호하고, 정치적 통찰력과 분별력을 제고해 중대한 안보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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