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양주서 범행 후 강릉에서 검거돼
경찰, 구속영장 신청 후 추가 수사
경기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여성 다방 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57)가 술만 마시면 강해 보이고 싶어져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5일 오후 10시45분께 강원 강릉시에서 검거돼 경기 고양시 일산 지역 경찰서로 압송돼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의 초기 수사에서 침묵하지 않고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하면서 스스로 약하다고 느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술만 먹으면 강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전과 5범 이상으로 지난해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씨는 다방을 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그가 과거에도 여성 혼자 있는 다방에서 돈을 훔치는 등 절도 전과가 있어 다방을 다시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2월30일 오후 7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지하다방에서 혼자 영업하던 6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6일 만인 지난 5일 오전 8시30분께 경기 양주시 광적면의 2층 다방에서 업주인 6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경찰은 두 사건의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과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의 정밀 감식을 벌여 두 곳에서 발견된 지문이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5일 용의자인 이씨를 공개수배로 전환하면서 이씨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제보를 하거나 신고한 사람에게 최고 500만원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고양에서 범행 후 택시와 버스를 이용해 양주와 서울 등을 돌아다니다가 강원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서부경찰서 형사들은 5일 강원 강릉의 한 재래시장을 배회하는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일주일가량 추적하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씨의) 걸음걸이와 행동을 눈에 익혔다"며 "노상 반대편에서 지나가는 이씨를 발견하고 바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6일 오전 2시께 술에 취한 상태로 일산서부경찰서에 압송된 이씨는 "성범죄나 금품 탈취 목적이 있었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었다"라며 "유족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향후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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