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사흘째 여러 기관에 팩스 보내
8월 '일본발 협박메일' 동일범 소행 추정
외국인 지원센터에 이어 언론사와 경기 평택항만출장소 등 여러 기관에도 일본인 명의의 '테러 협박' 팩스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30일 경찰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언론사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해 황산 테러를 하기로 했다"고 적힌 팩스를 받았다는 112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일본 변호사 하라다 가쿠우에(原田學植) 명의로 보낸 이 팩스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작성돼 있었으며 "고성능 폭탄을 실은 '가미카제(神風)' 드론 778대를 소유하고 있다", "스기타 이츠아키와 후카츠 히나리에게 자치단체 시설 및 대중교통, 일본 대사관에 특공을 하도록 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기 평택항만출장소도 이날 오전 8시34분 "시설을 폭파하겠다"는 팩스를 받았다. 이 팩스에는 언론사 기자에게 테러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지난 28일에도 동일한 내용의 팩스가 들어와 경찰 등이 수색했으나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날과 28일 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외국인 지원센터에도 경찰청·검찰청·국방부·국세청 등을 폭파하겠다고 쓴 팩스 2장이 잇따라 들어왔다. 팩스는 일본어와 영어로 작성됐으며, 발신자는 일본 변호사 가라사와 다카히로(唐澤貴洋)와 하세가와 료타(長谷川亮太)인 것처럼 꾸몄다. 해당 팩스에는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이 일본어로 적혀 있었으나 모두 허위 정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팩스의 내용과 형식 등으로 볼 때 지난 8월 발생한 일본발 협박 메일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시작으로 서울시청과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잇달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는 협박 메일이 가라사와 다카히로 등의 이름으로 발송되면서 경찰이 수색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 메일이 일본 내 인터넷 주소(IP)에서 발송된 사실을 확인하고 일본 경시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계정을 도용해 이메일을 보내는 수법의 피싱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명의가 도용된 가라사와 다카히로 변호사는 지난 8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의 협박 메일 기사를 언급하며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런 종류의 범죄를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적었다.
경찰은 협박 팩스 수신이 계속 이어짐에 따라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협박 대상이 된 기관에 대해서도 경계를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또 택배를 받을 경우 상자를 조심히 열어보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도록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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