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관련 일본 경찰의 수사 기록이 공개됐다. 해당 문서에는 납치범을 특정하게 된 경위와 김 전 대통령이 납치된 뒤 끌려간 곳에 대한 수사 내용 등이 담겨있다.
아사히신문은 25일 김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이 발생한 지 50년을 맞아 일본 경찰 관련 자료를 입수해 공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6년 10월 28일 목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gomoosin@
13쪽 분량의 이 문서는 일본 경찰정 외사과에서 1998년 2월 2일 작성했다. 비(秘)(무기한)·사용 후 폐기' 도장이 찍혀 있다.
이 문서에는 납치 실행범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파견 요원인 김동운 주일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을 납치범으로 특정한 경위 등이 담겨 있다.
1973년 8월 8일 야당 지도자로 반유신 활동을 하던 김 전 대통령은 도쿄의 그랜드팰리스 호텔 22층 방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에게 납치당했다가 8월 13일 서울 동교동 자택 인근에서 풀려났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당시 납치 사건을 목격한 호텔 투숙객이 "호텔 3층에서 내려온 엘리베이터를 두 명이 같이 탔는데 남성 1명이 '도와달라, 살인자'라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긴 배낭에 대한 수사 결과도 담겨있다. 배낭 판매처를 등산용품 제조 판매 회사로 특정하고 수사한 결과 사건 발생 이틀 전 남성 2명에게 배낭 3개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제시한 사진을 본 점원은 구매자 중 1명이 김동운을 닮았다고 증언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납치된 뒤 끌려간 곳에 대한 수사 상황도 기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 경찰에 보낸 진술에서 "고속도로에서 길을 물어본 뒤 한 시간 달려 '안의 집'에 가자고 했다. 다다미방으로 끌려갔다"고 전했다. 일본 경찰은 이를 토대로 간사이 지역에서 안씨 성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 등을 수사했지만 특정하지 못했다.
또 '김동운에 대한 출두 요청 현황' 문서에서는 1973년 9월 일본 경찰청이 외무성에 김 서기관을 직접 조사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한국이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번 정보 공개에 대해 일본 경찰청은 비밀에서 해제된 것이 아니라 그간 국회 답변과 그 이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공개 부분을 늘렸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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