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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키신저와 FC 바이에른 뮌헨…옥토버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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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23년 독일 바이에른주 퓌르트에서 유대인으로 생을 받았다. 어린 시절 그는 여느 독일 소년들처럼 축구에 열광했다. 퓌르트 축구클럽의 유소년팀에서 뛰면서 프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열다섯살 되던 해인 1938년 소년의 운명이 바뀌었다. 1938년 그가 독일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유대인의 비극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헨리 키신저(1923~2023)다.


나는 헨리 키신저가 2021년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AI 이후의 세계’라는 책을 공저로 출간했다는 뉴스를 읽고 “역시” 하며 무릎을 쳤다. 95세 때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지 3년 만의 결과물이었다. 키신저는 100세가 될 때까지 호기심이 식을 줄 몰랐다. 내가 ‘천재 연구’에서 추출한 공통점의 하나가 천재는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신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호기심의 유무다.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다. 키신저가 모두의 꿈인 ‘건강한 100세’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기 때문이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키신저와 FC 바이에른 뮌헨…옥토버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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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인문여행’을 연재하면서 독일 바이에른과 뮌헨에 대해 한번 써야 하지 않을까, 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바이에른(Bayern). 영어로 바바리아(Bavaria).


강화도 동검도 예술영화전용관 DRFA365에서 ‘9시간 바그너 전기영화’를 완주한 직후, 또다시 이 생각이 불쑥 솟구쳤다.


‘9시간 바그너 전기영화’ 후반부에 루트비히 2세의 등장과 함께 바이에른 왕국 이야기가 나온다.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가 뮌헨이었고, 현 바이에른주의 주도 역시 뮌헨이다.


뮌헨 여행의 기점은 레지덴츠 궁전이다. 궁전 앞 광장이나 그 옆의 국가상징도로를 걷다 보면 역대 바이에른 왕국의 성왕(聖王) 동상을 만나게 된다. 막시밀리안 왕, 오토 왕, 루트비히 1~3세 왕.


동양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는 루트비히 2세만이 눈에 들어온다. 문화예술 애호가로 바그너를 아낌없이 후원한 국왕. 실제로 레지덴츠 궁전에 들어가면 관람객은 입구에 세워놓은 커다란 초상화를 접하게 된다. 루트비히 2세 왕이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키신저와 FC 바이에른 뮌헨…옥토버페스트 레지덴츠 궁전의 선조화 갤러리. [사진= 조성관 작가]

레지덴츠 궁전을 투어하다 보면 18~19세기 바이에른 왕국의 위세가 실로 엄청났음을 실감한다. 바이에른은 프로이센 등장 전까지 독일 연방에서 작센과 함께 최강 파워를 자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즐비했다. 동아시아 자기관, 선조화(先祖畵) 갤러리, 보석관. 동아시아 자기관에는 중국 명·청(明·淸) 시대의 국보급 도자들이 많았고, 강희제(姜熙齊) 시대의 도자 여러 점도 보였다. 선조화 갤러리는 바이에른 왕국의 선왕(先王) 121인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쉰부른 궁전을 연상시켰다.


또 다른 계기는 축구 스타 김민재로 인해서다. 이탈리아 축구 리그에서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끈 김민재가 FC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FC 바이에른 뮌헨에의 관심도가 급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리그 우승컵을 가장 많이 들어 올린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다.


세계 축구 팬들에게 월드컵 못지않은 인기를 끄는 게 유럽 최강 축구클럽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 리그다. 어느 도시의 축구클럽이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그 도시는 여러 날 들썩거린다.


UEFA 챔피언스 리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LALIGA)의 독무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UEFA 최다 우승팀은 레알 마드리드(14회)다. 영국과 스페인 축구 클럽 세상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1974년, 1975년, 1976년, 2001년, 2013년, 2020년 여섯 번 UEFA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 클럽팀 중에서 단연 최다 우승팀이다. 실추된 분데스리가의 명예를 간신히 유지하는, 독일 축구의 자존심 바이에른 뮌헨. 이런 팀에 한국 선수가 주전 DF로 뛰고 있으니 나 같은 평범한 축구 팬도 바이에른 뮌헨에 열광할 수밖에. 더군다나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발을 맞췄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뛰니 더 말해 무엇할까.


바이에른과 뮌헨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또 다른 계기는 지난 9월 옥토버페스트가 3년 만에 재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독일은 축구의 나라이면서 맥주의 나라다. 지역마다 고유한 풍미의 맥주를 생산한다. 각 지역의 대표 맥주들을 모아놓고, 세계인이 그 맥주를 마시며 노래하고 춤추는 게 옥토버페스트다. 코로나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지 않은 3년간 독일 사람들은 우울했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키신저와 FC 바이에른 뮌헨…옥토버페스트 옥토버페스트 행사장에 설치된 아우구스티네르 브로이 천막의 전경. [사진= 조성관 작가]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키신저와 FC 바이에른 뮌헨…옥토버페스트 옥토버페스트의 레벤브로이 텐트에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조성관 작가]

전통의상을 입고 불콰한 상태에서 침 튀기며 떼창을 하는 옥토버페스트! 나는 2017년 옥토버페스트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옥토버페스트는 파울라너, 뢰벤브로이 같은 10여개의 맥주 회사가 공원에 초대형 천막을 친다. 한꺼번에 2000~3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초대형 천막도 있다. 천막 안에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고 무대가 잘 보이는 곳에 좌석이 배치된다. 옥토버페스트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의 절반가량은 독일 사람이다. 그래서 밴드 공연의 레파토리도 독일 대중음악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독일 팝송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세계인 합창할 수 있는 유명한 팝송도 적절히 배치한다. 팝송 중 최고의 떼창곡이 닐 다이아몬드가 ‘스윗 캐롤라인’이다. 나는 뢰벤브로이 텐트에서 목이 터져라 ‘스윗 캐롤라인’을 불렀다. 그때의 흥분과 희열이 여전히 살갗에 남아있는 듯하다. 그날 이후 나는 독일 여행을 계획하는 지인들에게 옥토버페스트에 맞춰 뮌헨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10~30세대는 바이에른이 ‘FC 바이에른 뮌헨’으로 전두엽에 저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 경우 1972년 피로 얼룩진 뮌헨올림픽으로 바이에른과 뮌헨을 기억한다.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를 급습, 살상을 저지른 검은 9월단 사건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60대 이상은 전혜린의 산문집을 통해서 바이에른과 뮌헨을 기억했을 수도 있다. 전혜린은 20대 후반에 독일 유학을 떠났는데, 그곳이 뮌헨이었다. 전혜린의 유작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보면 뮌헨과 슈바빙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외국 여행을 꿈도 꾸기 어려웠던 시절 뮌헨은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키신저와 FC 바이에른 뮌헨…옥토버페스트 1973년 미국 국무장관 시절의 헨리 키신저. [사진= 위키피디아]

우연이지만 키신저가 태어난 얼마 뒤 나치당은 뮌헨에서 쿠데타를 모의한다. 뮌헨의 유명한 맥줏집 부르게르부라우 켈러에서 회동하는 정부 수뇌부를 암살해 정부를 전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쿠데타 기도는 실패했고, 히틀러는 추종자 대부분을 잃는다. 나치당은 사실상 괴멸되었다. 쿠데타 실패를 통해 히틀러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혁명으로 권력을 잡을 수 없다. 민주적 정당이 되어 민주주의를 파괴해야 한다.’


나치당은 1924년 총선에서 불과 3% 득표에 그친다. 그런 나치당이 1933년 총선에서 33% 득표하면서 권력을 잡는다. 독일의 유대인들은 불안 속에서 사태를 주시한다. 1938년 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히틀러에게 굴복해 뮌헨협정에 서명하자 유대인의 탈출 러시가 벌어진다.


그때 퓌르트의 사춘기 소년 헨리 키신저도 부모의 손을 잡고 미국행 여객선을 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키신저는 미 육군으로 독일에서 복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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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부음 기사를 읽다가 그가 바이에른 출신이라는 대목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 그가 오랜 기간 FC 바이에른 뮌헨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문장을 접하고서는 더이상 바이에른 이야기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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