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씨에게 보호관찰 3년과 120시간 사회봉사 활동·80시간 약물치료 강의 수강, 266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뉘우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죄의식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환각에 빠져 이상행동을 하는 모습을 방송하기까지 한 것은 의도가 무엇이든 모방범죄를 초래해 사회에 위험을 끼치는 행위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사실상 자수에 준하는 정도로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하는 점, 주변인과 단약을 다짐해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 등을 볼 때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를 고려했다"라며 "건강한 사회생활 기회를 부여하되, 국가의 감독하에 할 의무를 부과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씨는 선고에 앞서 어떤 점을 반성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13년 넘게 해외 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의 본분을 잊고 불법인 줄 알고도 판단력이 흐려져서 하면 안 되는 마약을 사용하고 남용했다"라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복용 후 한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을 실감하게 됐다"고 답했다.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온 전씨는 이날 선고된 형량과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전씨는 지난해 11월∼올해 3월 미국에서 이른바 '엑스터시'라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 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MDMA)과 리서직산디에틸아마이드(LSD), 케타민, 대마 등 4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지난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올해 3월 유튜브 실시간 방송 중 마약을 언급하며 실제 투약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후 경찰은 3월 28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전씨를 긴급 체포한 뒤 조사를 진행했고, 그가 혐의를 인정해 이튿날 석방했다.
입국 당시 전씨는 취재진에게 대마와 엑스터시 등 마약류 복용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류 정밀 감정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불구속 상태로 전씨를 송치받은 검찰은 6월에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전씨는 혐의를 모두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지난 10월 말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결심 절차도 함께 이뤄졌다. 검찰은 당시 전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의 아들인 전씨는 올해 3월 13일부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가의 범죄수익 은닉 등 범죄 의혹을 폭로했다.
한편 전씨는 귀국 후 광주를 방문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족에게 거듭 사죄했다.
전두환심판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전씨를 선처해 달라는 집단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정치적 맥락에서 접수된 탄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는 전씨가 도착하자 "우원씨 힘내요", "사랑합니다"라며 전씨를 응원하는 방청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