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ETF가 끌어들인 순자산총액 '120조 돌파'
올해만 140개 신규 상장하며 종목수 '800개 돌파'
올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몸집을 크게 키웠다.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채권형 ETF가 무섭게 자금을 끌어들이며 순자산총액이 120조원을 돌파하고 종목수도 800개를 넘겼다. ETF의 주요 구성 종목도 다양해졌다.
120조 시장으로 성장한 ETF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상장된 ETF는 803개다. 순자산총액은 121조4286억원에 달했다. ETF는 시장을 대표하는 다양한 지수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다. 상품이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국내 ETF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2년 10월14일 종목 4개, 순자산총액 3552억원으로 출발한 ETF 시장은 2011년 11월 순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선 후 2019년 12월에는 5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666개 종목에 순자산총액이 78조5116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성장 폭이 더 가파르다. 1년여 만에 종목은 140여개, 순자산총액은 50조원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가 179개로 가장 많았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78개로 뒤를 이었다. 이어 KB자산운용(114개), 한국투자신탁운용(77개), 한화자산운용(64개) 순이었다. 순자산가치총액으로도 삼성자산운용이 49조676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5조5478억원으로 2위였다.
수익률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TIGER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종가 기준 TIGER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의 수익률은 지난해 말 대비 148.71%였다. 이 상품은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엔비디아, 퀄텀, AMD 등을 담고 있다. 이어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가 134.35%,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가 120.6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소재Fn'이다. 지난 7월13일 상장된 후 699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지난 3월과 6월 출시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도 각각 2982억원, 2429억원어치 사들였다.
ETF 성장 동력은 채권
순자산총액으로는 채권형 ETF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에 자금이 몰렸다. 올해 6월8일에 상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순자산이 6조1505억원에 달한다. 이 ETF는 CD91일물 금리 수준을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한다. 단 하루만 투자해도 CD91일물 하루치 금리 수준을 수익으로 돌려준다.
지난해 11월30일에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OFR금리액티브'의 순자산도 지난해 말 3520억원에서 5조382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TIGER CD금리투자KIS'도 3조4407억원에서 6조8288억원으로 늘었다. 3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채권형 ETF의 성장은 고금리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채권의 경우 들어가는 자금이 수십억인데 ETF는 적은 자금으로도 아무 때나 사고팔 수 있어 기관 입장에서 상황에 따라 자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여기에 고금리 여파로 인해 채권형 금리가 높아지니까 수요도 많아졌는데, 기관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돈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형 ETF가 가장 최적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팀 부장은 "연중 지속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의 자본수익 기대감 확대로 연결되며 올해 ETF 시장 성장의 약 70%는 채권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장기적인 경기 불확실성 확대는 배당주나 커버드콜, 금리형 상품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컴자산으로 투자니즈를 집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에 맞춰 다양한 채권형 ETF도 등장했다. '만기매칭형'이 대표적이다. KB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처음 출시한 이 상품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면 청산한다.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만기매칭형 채권 ETF를 보유할 경우 시장금리 변동에 상관없이 ETF를 산 가격에 해당하는 만기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미국채권에 투자하는 만기매칭형 ETF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11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를 상장한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하는 유형이다. 출시 때는 특정 만기월에 해당하는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주로 편입한 뒤 해당 편입자산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 익년도 만기 채권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ETF도 대거 나왔다. 인공지능(AI)과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자산운용사도 투자자들의 니즈를 필요로 하는 종목들을 앞다퉈 상장시켰다. 현대자산운용은 국내 최초 생성형 AI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현대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 액티브ETF'를 선보였다. 생성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미국 농업 첨단기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인 'HANARO 미국애그테크 ETF'를 출시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미국, 한국, 중국 등 글로벌 AI 산업에 집중투자 하는 국내 최초 액티브ETF인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를 내놓기도 했다.
이수진 부장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주요 국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법안이 이차전지와 같은 성장테마를 양산했다"며 "연초 챗GPT 등장 이후에는 AI나 국가기술안보 경쟁 심화로 반도체가 장기 성장 테마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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