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못하는 규제 韓 플랫폼에 하면 안돼…법제 개편 필요"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 개최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에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미디어 법제를 개편해 유료방송과 OTT 간 규제 형평성을 맞추고,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IPTV방송협회는 29일 서울 중구에서 '제5회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9일 '제5회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오수연 기자]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OTT와의 경쟁에서 위기에 직면한 유료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료방송 인·허가 체계 효율화 등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 소장은 "유료방송과 OTT 간 콘텐츠, 서비스 차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료방송만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유료방송이 열등재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형평성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허가제도 폐지와 M&A 절차 간소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료방송이 OTT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채널 구성에 대한 자율성 확대를 통해 사업 운영의 자율성과 시청자 선택권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외의 생존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인기가 지속될수록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이 증가하게 된다"며 "콘텐츠사업자는 광고 매출 감소, 제작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넷플릭스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협상력 약화, 성장 가능성 저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넷플릭스가 아닌 글로벌 유통창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유료방송은 시장 성숙, OTT 경쟁 압력 증가에 따른 성장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플랫폼 차별성 확보, 콘텐츠사업자와의 제휴 및 협업,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창구 확보, 범위의 경제를 통한 가입자 비즈니스 확장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철수 한신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홍종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K교수, 이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이 참석했다.

이 위원은 "기업·소비자 거래(B2C) 영역에서는 유료방송과 OTT가 경쟁하지만 기업 간 거래(B2B)에서는 유료방송과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AST)가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제도 개선에서 OTT뿐 아니라 FAST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유료방송 플랫폼을 방송 사업자가 아니라 미디어 유통 사업자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으나, 문제는 그 혜택이 한국 미디어 생태계에 돌아오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버는 만큼 한국 제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사업자에게 투자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등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규제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에 못 하는 규제는 국내 플랫폼에 하면 안 된다. 과감하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과장은 "콘텐츠를 육성하고, 국민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때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가 구성된다. 이를 위해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하다"며 "내년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재원 다양화, 건전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