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의협 "비과학적 수요 조사 규탄, 총파업 불사"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입학정원으로 현 정원(3058명)보다 최대 2847명 증원을 요청했다. 2030년까지 확대할 수 있는 수요는 최대 3953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수요조사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2030년 의대 정원은 지금의 두배 이상 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이런 내용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정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수요를 파악했다. 모든 의과대학이 증원 의사를 전달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19일 대통령 주재 필수 의료혁신전략 회의에서 필수 의료 보장을 위한 3대 정책으로서 필수 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필수 의료 추진 기반 강화를 발표했다. 이후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2025년 의대 정원 2151~2847명 확대 요청
전체 의과대학에서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 대학은 정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 증원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다. 최대 수요는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를 의미한다.
다만 대학별, 지역별 증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학교육점검반장)은 "총 정원 규모, 실제로 어느 정도 입학정원을 늘릴 것인지, 배분 기준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조사 결과를 자세히 발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대학도 있어 총 규모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12월 말 의대 정원 포함한 정책 패키지 발표
정부는 대학에서 제출받은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타당성을 점검하고 있다. 의학교육점검반은 의학과 교육, 평가 등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참여해 우선 대학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점검반으로 현장점검팀을 구성해 서류, 서면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이런 내용은 대학 관련자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 필요하면 직접 대학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달 안에 이 절차를 끝내는 게 목표다.
복지부는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의학교육점검반의 점검 결과를 참고하고, 지역의 여러 인프라와 대학의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대 총 입학정원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교육부에 총 입학정원을 통보하면 교육부에서 대학별 입학정원 배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전병왕 실장은 "복지부는 전체 의대 정원의 수요, 규모를 파악해서 교육부에 넘기면 교육부가 학교별로 배정 계획을 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복지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12월 말, 늦어도 1월 초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입학정원 규모와 사법 리스크 부담 완화 수가체계 정책과 같은 지역·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공의대 설립도 논의한다. 전 실장은 "공공의대, 지역 의대 설립은 수요를 봐가면서 같이 계속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 "비과학적 수요 조사 규탄, 총파업 불사"
정부 발표에 의사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비과학적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규탄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졸속으로 진행된 수요조사는 입시 수혜를 바라는 대학 총장들과 이를 반대하는 의대 학장들 간 갈등을 유발했고, 아직 확정되지 않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숫자 발표로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주먹구구식 여론몰이 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정치적 논리가 아닌 과학적 근거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올바른 의대 정원 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14만 의사들의 총의를 한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협도 다른 의견은 낼 수 있다"면서 "의료현안 협의체라든지 의사소통 채널이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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