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챔피언십서 ‘미소 모자’ 착용
메인 스폰서 없어서 선택한 방법
최종전 우승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양희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3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에서 특별한 모자를 썼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6556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 4라운드에도 모자에 미소 모양의 수를 놓은 모자를 착용했다.
그는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이후 4년 9개월 만에 통산 5승째를 수확한 직후 우승 인터뷰에서 "올해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는데 모자를 공백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소 모양을 수로 놓았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한국과 태국에서만 우승했지만 미국 본토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4승 달성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자 메인 스폰서 계약도 끊겼다.
양희영은 지난해 취미로 시작했던 암벽등반 때문에 테니스 엘보 부상을 입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진통제를 먹고 등판할 정도였다. 그는 "골프를 해오면서 기복도 있었지만 이번 시즌처럼 은퇴까지 생각한 시간은 없었다"면서 "팔꿈치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고 ‘선수 생활을 할 날도 많이 남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코치와 가족들의 도움으로 생각을 바꿨고,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보상을 받았다.
1989년생인 양희영은 15세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간 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각종 아마추어 대회는 물론 프로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탄탄한 신체에 유연한 스윙을 갖춰 ‘제2의 박세리’로 불렸다. 양희영은 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6억원)를 받아 힘든 시기를 털어냈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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