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애플, 아이폰-안드로이드 기기 '문자메시지 벽' 허문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8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16일 발표…"내년 말 RCS 도입"
EU 규제 대상 검토 압박에 변화
파란색-녹색 메시지 구분은 유지될 듯

애플이 아이폰 기기 간에만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메시지(iMessage)' 정책에 큰 변화를 주면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간에 세워져 있던 문자 메시지의 벽을 허물기로 했다. 애플은 아이메시지 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수년간 벽을 공고히 해왔는데 유럽연합(EU)이 이를 규제 대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애플, 아이폰-안드로이드 기기 '문자메시지 벽' 허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내년 말 RCS 지원…와이파이로 영상 주고받는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 말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 통신 협회인) GSM 협회가 제정한 현 문자 규격인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유니버설 프로필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라면서 "우리는 RCS 유니버설 프로필이 SMS나 MMS와 비교해 더 나은 상호운용성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문자 규격 서비스인 RCS는 기존 문자메시지(SMS)보다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메시지 규격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기능을 데이터 차감 없이 문자 형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그룹 채팅, 읽음 확인, 선물하기, 송금하기, 대용량 파일 전송 등이 가능하다.


애플이 이러한 RSC를 받아들이면서 아이폰 기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기와 아이폰의 소통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려면 기존에는 셀룰러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했는데 이제는 와이파이로도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상이나 사진 등 용량이 큰 파일도 와이파이 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읽음 확인, 문자 메시지 입력 상태 확인, 그룹 채팅 지원 등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메시지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애플은 "이는 애플 사용자들에게 아이메시지와 함께 최고의, 가장 안전한 메시지 경험을 지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母에 아이폰 사주라" 했지만 …EU 압박에 움직인 애플

애플은 그동안 아이메시지 정책을 고수하며 RCS 도입을 피해왔다. GSM 협회는 2008년 RCS를 공식 프로젝트로 두고 이후 규격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조처를 해왔다. 삼성은 2012년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기기에서 RCS를 지원해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SMS 앱 메시지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RCS를 지원해왔다.


애플, 아이폰-안드로이드 기기 '문자메시지 벽' 허문다 아이폰에서 아이메시지 주고 받는 모습(사진출처=애플 홈페이지)
애플, 아이폰-안드로이드 기기 '문자메시지 벽' 허문다 아이폰에서 일반 문자 주고 받는 모습(사진출처=애플 홈페이지)

10년 이상 애플은 RCS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내세웠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재로서는 그것(RCS 도입)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라는 사용자의 요청을 듣지 못했다"며 도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아이폰을 쓰지 않는 어머니와 영상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한 청중의 말에 "어머니에게 아이폰을 사주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애플이 올해 입장을 바꾼 이유는 EU 때문이다.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를 막겠다고 나선 EU가 지난 9월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아이메시지를 애플의 독점을 공고히 하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규정하고 규제 검토에 돌입했다. RCS를 도입해 운영 중인 구글 측은 이달 초 EU에 애플이 RCS를 도입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모든 사람은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든 현대적이고 안전하게 서로 소통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측은 아이메시지가 RCS 규범을 도입해야 할 만큼 유럽에서 인기가 있는 서비스가 아니며, 아이메시지가 DMA 상 문제의 소지가 되지 않는다며 EU의 검토 행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현지 규제 당국에 의해 강제로 서비스를 바꾸는 것보다는 먼저 나서서 조정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USB-C 범용 충전 시스템을 탑재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였다.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 15를 공개하며 처음으로 USB-C 범용 충전 시스템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EU가 내년 12월까지 모든 모바일 기기의 유선 충전 방식을 USB-C로 통일하겠다고 법안을 마련, 발표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안드로이드 기기 '문자메시지 벽' 허문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트 리서치의 디판얀 샤터지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는 CNN방송에 "애플의 USB-C 충전 시스템 도입과 RCS 메시징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을 압박할 EU의 규제에 앞서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회사가 이(새로운 서비스 도입)를 직접 도입하고 유리하게 마케팅하는 것이 좋다"고 평가했다.

'아이메시지 상징' 파란 말풍선, 사라지지 않을 듯

다만 애플이 아이메시지와 일반 문자 메시지를 구분 짓기 위해 사용 중인 '파란색 말풍선(메시지 창)'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사용자의 메시지는 파란색 말풍선으로,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가 보내는 일반 메시지는 녹색 말풍선으로 구분 지어 아이폰 사용자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이폰의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아이메시지의 상징인 파란색이 아니라 녹색 말풍선이 오가는 것을 두고 '사회적 낙인'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해 최근 영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낫띵은 자사 스마트폰에서 아이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앱을 별도로 개발, 녹색이 아닌 파란색 말풍선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샤터지 부사장은 "파란색 말풍선은 애플 '집단'의 신분증"이자 독특한 정체성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RCS 지원으로 아이폰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 사용자와 더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애플은 모두에게 윈윈이 되길 바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