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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잘라 병 고치는 시대 온다…세계 첫 치료제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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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텍스·크리스퍼 공동 개발 '카스거비'
영국 MHRA 승인…내달 FDA도 기대

골수 이식 외 치료제 없던 빈혈 질환
유전자 편집 줄기세포로 '완치' 효과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허가됐다.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편집해 환자를 고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전자 잘라 병 고치는 시대 온다…세계 첫 치료제 허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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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텍스(Vertex) 파마슈티컬스 크리스퍼(CRISPR) 테라퓨틱스는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이 겸상 적혈구 빈혈(SCD) 및 베타 지중해 빈혈(TDT) 치료를 위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거비(Casgevy)'를 조건부 허가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 측은 영국에서 약 환자 2000명이 카스거비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카스거비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됐다. '엑사셀(Exa-Cell)'이름으로 개발돼 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다음 달 8일을 기한으로 SCD 적응증에 대한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레쉬마 케왈라마니 버텍스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의과학 분야에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번 카스거비의 승인은 세계 최초의 크리스퍼 기반 치료제 승인"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잘라 병 고치는 시대 온다…세계 첫 치료제 허가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본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카스거비는 한번 투약으로 병을 완치할 수 있는 '원숏(one-shot)' 치료제다. 환자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에서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기술을 통해 편집해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면 이 줄기세포가 골수에 생착해 환자의 면역 체계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투약 후 3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약효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SCD는 동글게 생겨야 하는 적혈구가 낫 모양(겸상)으로 변형되면서 산소 운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빈혈로 환자의 평균 사망 연령이 40세에 그치는 치명적 질병이다. TDT 역시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 중 베타글로빈의 문제로 생기는 질환으로 줄기세포 기증 말고는 완치법이 없는 상태로, 환자들은 평균 55세에 사망한다. 두 질환 모두 골수(조혈모세포) 이식 외에는 완치법이 없지만 이제 약으로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카스거비는 출시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카스거비의 출시가를 400만~600만달러(약 52억~78억원)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세계 최고가 약이었던 CSL베링의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의 350만달러(약 45억원)를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다.


 유전자 잘라 병 고치는 시대 온다…세계 첫 치료제 허가

이번 승인은 유전자 가위 기술 논의가 본격화한 지 12년 만의 성과다. 앞서 1·2세대 기술이 있었지만 2011년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 기술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막스플랑크 연구소 교수가 처음으로 그 존재를 발표하고,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대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자 가위의 시험관 내 재현에 성공한 시기다. 두 사람은 2020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출현한 만큼 앞으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글로벌 유전자 편집 관련 시장이 올해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15%가량 성장해 2028년에는 100억달러(약 13조원)까지 두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버텍스, 크리스퍼 외에도 버브(Verve) 테라퓨틱스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지난 6월 일라이 릴리가 버브가 개발하고 있는 심혈관 치료제를 최대 6억달러에 기술도입하는 등 빅 파마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3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를 통한 인간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던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툴젠이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인 'TGT-001' 등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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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FDA 자문위원회는 엑사셀이 시판되더라도 약 15년간 환자의 상태를 추적 관찰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기존에 치료제가 없던 질병인 만큼 엑사셀의 유효성에 대한 가치는 분명하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의도치 않은 유전자 변경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권고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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