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Why&Next]뜨거웠던 美경제, 침체 올까…흔들리는 '재정·소비'

시계아이콘03분 07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예상외 호황 보인 美…침체 전망 늘어
재정적자 심화…고금리에 우려 확산
美청년층 연체율 상승, 소비에 악영향
10월 물가 촉각…'매파 Fed'는 계속

전 세계적인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갔던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막대한 재정지출과 고용·소비 지표가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7%로 높고 경기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앞으로 물가 오름세가 꺾이고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Why&Next]뜨거웠던 美경제, 침체 올까…흔들리는 '재정·소비'
AD
뜨거웠던 美경제…'재정지출·소비' 영향

미국 경제는 지난해 이후 주요국 경기가 둔화하는 과정에서도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 지난해 1분기 -0.6%로 역성장한 뒤 네 분기 연속 2%대 성장을 이어가다가 올해 3분기 4.9%로 성장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는 코로나19 기저효과로 7.0% 성장했던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 성장률로, 시장 기대치보다도 훨씬 높다.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의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기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각각 1.4%, 0.9%, 0.9%, 1.4%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성장세는 이례적이란 분석이 많다.


이에 미국 경제가 내년에도 경착륙 없이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 다수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을 1.9%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여 잡았는데, 이는 한국(1.7%)은 물론 영국(1.2%), 일본(0.2%), 이탈리아(0.8%), 독일(0.8%)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미국의 경제가 튼튼하다는 의미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달 초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할 거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1년 후에 미국 경제는 오히려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도 이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막대한 재정지출과 튼튼한 고용·소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2023 회계연도 재정적자를 1조6950억달러로 대폭 늘리면서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고,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활기가 유지됐다. 미국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Fed의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민간소비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았고, 이 역시 미국 경제가 활황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심해지는 美재정적자…"정부, 돈 더 쓰기 힘들 것"

하지만 최근 주요 외신이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간 미국 경제를 받쳐온 이같은 요인들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여기엔 아무리 미국이라도 고금리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재정적자를 감당하긴 힘들 것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미국 재정 건전성은 매년 반복되는 이슈지만 최근엔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미국의 재정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금리에는 소비자도 미국 정부도 돈을 쓰기 힘들다"며 "그동안 재정확대 정책, 비주거용 투자, 소비가 미국 경기 강세를 이끌어왔는데 장기금리 급등 사태를 겪은 만큼 내년 재정 확대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이 막대한 재정지출을 이어가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실물자산 투자환경이 나빠지면서 경기가 후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6%대로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방정부의 이자 지출이 커질 뿐 아니라 고용, 금융, 주택 시장 전반의 활력도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Why&Next]뜨거웠던 美경제, 침체 올까…흔들리는 '재정·소비'
美청년층 연체율 급등…소비도 흔들리나

미국 소비를 둘러싼 우려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한국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기에 소비가 큰 타격을 받는 반면, 미국은 고정금리가 압도적으로 많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미국도 신용카드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기지의 연체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지만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연체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연체율은 미국 소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에서 뚜렷하게 올랐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대들이 팬데믹 기간 자동차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차를 구매했고, 학자금 대출 상환까지 재개됨에 따라 부채 부담이 급격하게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 미국의 재정정책은 올해 대비 축소될 수밖에 없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 심리를 추가로 제한할 것으로 보여, 올해 성장 호조의 두축이었던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난관을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 수출과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수출 측면에선 부정적일 수 있다. 올해 중국 경기와 반도체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대미(對美) 자동차 관련 수출이 대폭 늘면서 성장을 뒷받침해왔는데, 미국 호황이 잦아들면 일부 품목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통화정책 측면에선 제약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연 2%)에 수렴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Fed가 통화 완화로 돌아서면 한국은행 역시 긴축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Why&Next]뜨거웠던 美경제, 침체 올까…흔들리는 '재정·소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착륙과 연착륙 사이…Fed 매파 기조 당분간 계속

물론 미국 물가나 경기가 앞으로 상당 기간 뚜렷하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발표되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대 상승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나 재정적자를 둘러싼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조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성장을 지탱할 여지도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최근까지 경기 침체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Fed는 경기 경착륙과 연착륙 사이에서 당분간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두며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13 보고서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가 지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이로 인해 다수의 Fed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완화 징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피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약한 긴축은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추가 금리인상을 유도하고, 과도한 긴축은 신용경색을 일으켜 양방향 모두 경착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Fed는 내년에도 금리 조정에 신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