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표, 오는 23일 당무 복귀
첫 메시지는 '민생' 예상
가결파 징계 여부·지명직 최고위원 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3일 당무에 복귀한다. 지난달 2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24일간 진행하던 무기한 단식 투쟁을 중단한 지 한 달 만이다. 이 대표 복귀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면서 초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했던 이른바 '가결파'에 대한 징계 여부에 쏠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을 이끈 친명계에서는 가결표 행사를 '해당 행위'로 보고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통합 과제를 떠안게 된 이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봉합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단식 중단 31일째 당무 복귀
19일 권혁기 당 대표 정무기획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내일 재판에 출석하고, 다음 주 월요일 당무에 복귀한다"며 "이 대표는 시급한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8월 30일 윤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단식 19일 차인 9월18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입원한 채 병상 단식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같은 달 23일 의료진들의 강력한 권고로 무기한 단식 24일 만에 중단했다. 이달 9일 퇴원한 뒤부터는 자택에서 회복 치료를 받아왔다.
단식 중단 31일 만에 당무에 복귀하는 이 대표의 첫 공식 일정은 오는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 모두발언을 통해 당원과 국민들을 향한 메시지를 낼 전망이다. 지금까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밝혀왔던 입장들을 미뤄보면 '민생 경제' 관련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단식 돌입 직전 냈던 메시지 역시 '민생'이 핵심이었다. 지난달 29일 이 대표는 기업·가계 부채, 고금리, 고물가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민생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는 심리다. 대통령이 야당과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 논평에서도 민생 경제 관련 메시지는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김장철을 맞아 가격이 많이 오른 김장 재료를 대상으로 비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인데 배춧값만 잡으면 끝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종합 물가 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전날에도 박성준 대변인이 "고환율, 고유가에 수입 물가까지 위기가 커지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민생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이 대표 자리를 대신해 줄곧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감대책회의에서 '교통비 부담 경감'과 관련한 실질적 대안 마련을 요구해 이 대표도 복귀 후 일성으로 민생 경제 대책 주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결파 징계 여부 주목
그러나 초미의 관심은 당내 '가결파' 징계 여부다. 지난달 24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공개적으로 (이 대표 체포안) 가결을 표명한 해당 행위 5인 김종민·이상민·이원욱·설훈·조응천에 대한 징계를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틀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지도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은 최고위원회에서 보고하게 된다. 최고위에서 어떤 사안으로 청원이 접수됐는지, 바로 답할 수 있는 사안인지 등을 논의해, 한 달 이내에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요청건은 최고위에서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징계와 관련된 사항은 별도로 윤리심판원 등을 통해 진행될 수 있다. 일부 강경파는 징계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논의를 일단 보류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는 징계와 관련된 논의의 시기를 홀드(보류)하자(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가 가결파 의원들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에 "사실과 다르다.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한 적도, 그렇다고 징계를 하겠다고 결정한 적도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징계 논의를 미루자고 한 이유는 '절차적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박 최고위원은 "당원 5만명 이상이 청원하게 되면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당 윤리위에 회부하게 돼 있다. 회부를 위해선 최고위에 보고돼야 하고 실무진에서 보고하면 바로 윤리위에 회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표도 복귀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정무적 판단이 남아있다 보니 서둘러서 결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도 주목된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에 이 대표가 또다시 비명계 의원을 지명할지의 여부다. 현 지도부가 친명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는 점에서 중도층 민심을 수렴할 수 있는 비명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성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가결표를 던진 일부 의원을 두고 징계론이 나오고 있어서 이 대표가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당 통합 시도의 첫 단추가 끼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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