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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탕후루는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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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탕후루가 예사롭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소환되는가 하면, 벌레를 부르는 설탕 부스러기와 처치 곤란 나무 꼬치 탓에 '노(No)탕후루존' 까지 생겨나고 있단다.


화제의 중심에 선 탕후루는 어디서 왔을까. 대다수가 알고 있다시피, 탕후루는 중국의 오래된 국민간식이다. 그 이름 자체도 애초에 중국어를 그대로 본 따 온 중국어로, 한자로 바꾼 독음은 당호로(糖葫蘆), 설탕 입힌 표주박이다. 동글동글한 표주박 모양을 닮아 그렇게 이름 지었다, 표주박같이 생긴 그릇에 설탕물을 끓여 찍어 먹어 붙은 이름이다, 여러 설이 있다.


[베이징 다이어리] 탕후루는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한 탕후루 판매 상인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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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따르면 탕후루는 1187년 재위한 남송의 3대 황제 광종 시절 탄생했다. 그의 애첩이던 황 씨 성의 귀비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병에 걸려 하루하루 말라가자, 초췌한 황귀비의 모습을 안타까워 한 광종이 그 병을 고칠 명의를 수소문했다. 그렇게 나타난 한 의원은 산사열매를 석당(설탕)에 끓여 식사 전에 5~10조각씩 먹으면, 보름 안에 병이 나을 것이라고 처방했다. 실제 이 방법으로 황귀비는 병이 나았고, 민간에 제조법이 퍼져 탕후루라는 간식이 탄생했다는 것이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유래다. 물론 정설이라고 판단할만한 공신력있는 문헌은 확인된 바 없다.


한국에서는 다디단 사파이어 포도나 샤인머스킷,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고급 과일을 활용하지만, 중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은 여전히 이 유래에서 등장하는 산사열매를 재료로 한다. 먹어보면 시큼털털하면서 약간의 단맛이 난다. 이 산사열매는 원래 소화를 돕고 만성 장염이나 설사, 복통, 구토 등에 쓰이는 약재로 잘 알려졌다.


[베이징 다이어리] 탕후루는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 쓰촨성 러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한 상인이 딸기 탕후루를 만들고 있다. 좌측 아래에 쌓인 재료가 산사열매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중국 내에서 탕후루의 위상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국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 으레 그렇듯, 대중적인 인지도는 매우 높지만 뜨거운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딱히 고급 디저트도 아니면서, 아이들이 조르면 부모가 마지못해 사주는 불량식품과 비슷해 보인다. 직접 제조해 파는 가게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어딘가에서 도매로 사온 탕후루를 자전거에 태워나와 차도 옆에서 매연과 먼지를 맞으며 판매한다. 탕후루 자전거는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재료에 따라 가격은 한 꼬치당 1000~3000원 정도다. 사실 베이징에서 1년 여 간 생활하면서 이 탕후루를 아주 맛있게 먹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중국에서는 그저 관성적으로 먹는 '아는 맛', '익숙한 맛' 정도의 존재감이다.



뒤늦게 밝히는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수의 문서에서 황귀비에게 탕후루를 처방한 의원을 '돌팔이 의사(江湖郞中)'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려오는 이야기가 사실에 기초했다고 가정하면, 2023년 대한민국에는 남송 시대 돌팔이 의사가 레시피를 개발한 설탕 간식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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