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발표
지난해 장기존속 한계기업 903개
유동성·안정성·상황능력 모두 저조
대출 부실 커지면 금융기관 건전성↓
지난해 기준 국내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이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규모나 업종에 따라 건전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영업손실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상환 능력, 안정성 등이 나빠지고 있어 향후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중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03개로, 총 50조원 규모의 금융기관 차입금을 보유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총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간 지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이같은 한계기업 상태로 최소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기업이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2022년 분석 대상 외부감사 기업(2만5135개)의 3.6%, 한계기업(3903개)의 23.1%에 해당한다. 이들이 보유한 차입금은 전체 외감 기업 차입금(986조원)의 5.1%, 한계기업 차입금(168조7000억원)의 29.6%로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중견기업 중에 특히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외감 기업의 4.0~4.3%가 장기존속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산 1000억원 미만 중소기업(3.2~3.9%)이나 1조원 이상 대기업(2.6%)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또 업종별로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부동산(6.1%), 운수(6.8%) 업종과 영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사업지원 서비스업(19.6%)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부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향후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낮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실제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은 5.67%로, 외감 기업(0.88%)과 한계기업(3.26%)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한은은 "기업의 취약 상태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1년 후 해당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상승해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취약 기업으로 잔류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평균 자산과 매출 규모는 정상기업의 0.67배, 0.40배에 불과하지만 차입금은 1.47배, 이자비용은 2.32배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재무 활동을 통해 조달한 현금을 영업손실 보전에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영업이익률 -3.8%)과 유동성(유동비율 62.7%), 안정성(부채비율 686.5%), 상환능력(이자보상배율 -0.7배) 등 주요 재무비율이 모두 저조했다.
특히 차입금 의존도는 50%에 달하고 차입금 평균 이자율도 5.5%로 정상기업은 물론, 한계기업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어서 부실 리스크가 크다.
한은은 "한계기업이 장기간 정상화되지 못하고 존속할 경우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이 위축돼 신용 배분의 효율성이 낮아진다"며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장기존속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증가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취약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과 같은 정책을 판단하고 실시할 때, 한계기업 여부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 자산규모, 산업 특성 등을 함께 검토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보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