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한·미·일에 빌미 주고싶지 않을 것"
핵 아닌 식량-포탄 교환 그칠 것이란 분석도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무기 거래 공식화 여부에 국제 사회의 시선이 쏠린다. 두 국가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면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두 국가의 밀착 배경으로는 양국 모두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및 전쟁 장기화로 서구 사회의 비판과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 역시 반복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받고 있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러시아에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에너지와 식량, 미사일 기술 등을 제공받을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수행단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함께 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등이 포함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리병철과 박정천 둘 다 원수다. 별 5개"라며 "그 사람들이 수행했다는 얘기는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푸틴을 만나서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신 최첨단 군사기술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박정철은 총참모장 출신이니까 그 군사 기술보다는 여러 가지 군정 협조 문제로 가는데, 미사일 관련 최고 책임자인 리병철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미사일 기술을 받아내려고 지금 가는 걸로 보인다. 리병철로서는 실무자들과 협상을 통해서 끝까지 그걸 받아내려고 애를 쓸 것"이라며 "그것 때문이 아니라면 리병철이 굳이 이 시기에 그 먼 데까지 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주목받는 이유는 북·중·러 결속이 진전되면 한·미·일과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역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국의 밀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장 북·중·러가 군사 협력을 강화해 3자 군사훈련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전 국립외교원장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네트워크를 빌드업하는 것일 뿐 지금 당장 북·중·러가 한·미·일처럼 동맹 수준의 협약을 하고 군사 훈련을 한다는 것은 너무 나갔다"며 "네트워킹을 해놓고 이런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되지만 당장의 그 결정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봤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미·일이 더욱 밀착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식량이나 에너지, 재래식 무기의 거래 정도로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면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밀월의 시작 단계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한·미·일의 진짜 목표가 중국이라는 것을 안다. 북·중·러로 묶이는 것은 한·미·일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이 가장 덜 적극적"이라며 "중국은 오히려 북한 방문단의 격을 낮추는 등 발을 빼고 있고, 러시아도 한국과의 관계를 깨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대북 압박 심화를 우려해 북·중·러 삼각 동맹 체결보다는 실리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로서는 북한을 끌어들여서 한·미·일의 삼각 연대로 (미국의) 압박을 상쇄하거나 돌파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으로서는 그렇게 끼어들어서 대북 압박이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삼각 동맹을 체결하는 것보다 조성하는 것보다 양쪽에서 받아낼 것만 받아내면 된다"고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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