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마트 창업시대]궤짝 놓고 시작한 고기장사, 온라인서 100억 매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50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F&B 기업으로 성장한 '엄마네한우'
경동시장 소상공인서 네이버 셀러로 변신
빅데이터·쇼핑라이브 등 적극 활용

편집자주국내 소상공인 수는 720만명. 인구 10명 중 1명은 본인의 이름이나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한다. 작은 가게 주인들 대부분은 사는 게 고달프다. 작년 소상공인 10명 중 거의 4명(36.2%)이 적자를 냈다. 또 10명 중 6명(63%)은 빚이 늘었다(소상공인연합회 자료). 하지만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동네 정육점 주인, 전남 완도에서 키운 전복으로 한해 20억원어치를 파는 어민 등 믿기 힘든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비대면·디지털 환경에 적응한 사람들이다.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창업 성공의 전제조건이 됐다. 이제 소상공인은 온라인 플랫폼과 적대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플랫폼의 자본력과 인지도,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고객과 만나는 '스마트 창업'을 해야 할 시기다. 스마트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을 현장에서 들어봤다.

1987년 이미애 씨는 2살 된 아들을 업고 경동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한쪽에 나무 궤짝과 고무 대야를 깔고 고기를 팔았다. 냉장고도 없이 얼음 위에 고기를 얹어 놓고 팔던 시절이다. 고생 끝에 장사가 궤도에 오르자 이 씨는 매장을 따로 열어 최고급 한우 판매 사업에 도전했다. 결과는 참패. 손님들에게 "한근에 8만원이라니 제정신이냐"는 말을 들었다. 임대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가게를 접었다. 그러나 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두 아들과 함께 인터넷에 다시 최고급 한우 전문 판매점을 차렸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 씨 가족은 앞으로 5년 안에 1000억원 매출을 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투뿔한우만 팔아 F&B 기업으로 성장한 엄마네한우 얘기다. 엄마네한우 공동대표인 세 모자를 만났다.

고기에 진심인 세 모자, 투뿔한우 시장 개척
[스마트 창업시대]궤짝 놓고 시작한 고기장사, 온라인서 100억 매출 엄마네한우를 이끄는 세 모자가 경기도 남양주시 공장 작업장에 섰다. 오른쪽부터 어머니 이미애 대표, 둘째 아들 이수형 대표, 큰 아들 이한형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AD

엄마네한우는 1987년부터 경동시장을 지켜온 정육점이다. 단골손님 발길이 이어지자 첫째 아들인 이한형 대표가 가업을 물려받겠다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대표는 곧바로 마장동 정육점에서 고기 발굴과 정형을 배웠다. 고기를 제대로 알아야 가게를 물려주겠다는 이미애 대표의 뜻에 따른 것이다. 둘째 아들인 이수형 대표도 형의 뒤를 따랐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 때마다 마장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고기에 진심이었다.


한우를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던 세 모자는 투뿔한우로 승부를 보자고 결심했다. 1++, 1+, 1, 2, 3등급으로 나뉘는 한우 중 최상위 등급이다. 품질 상위 0.1%로 맛과 향이 좋지만 1+ 등급 한우보다 25~30% 비싸다. 이한형 대표는 "투뿔한우를 처음 팔기 시작했을 땐 투뿔을 찾는 사람은커녕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뿔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투뿔한우만 파는 가게를 열었다"는 설명이다.


운영하던 정육점 근처에 매장을 열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단골손님에게 1근에 8만원이라고 하면 그냥 돌아섰다. 돈을 벌려고 이상한 고기를 판다는 눈총까지 받았다. 팔지 못한 최상급 고기를 버리기가 부지기수였다. 2년 임대한 매장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접었다.

온라인서 재도전…데이터 마케팅·쇼핑라이브로 대박

엄마네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온라인 시장을 두드렸다. 2018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투뿔한우를 팔기 시작했다. 투뿔한우만 판다는 뚝심은 지키되 마진을 낮춰 1+등급 한우보다 15~20% 높은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스마트 창업시대]궤짝 놓고 시작한 고기장사, 온라인서 100억 매출 '엄마네 한우' 3모자 대표가 경기도 남양주시 공장 작업장에 섰다. 오른쪽부터 어머니 이미애, 둘째 아들 이수형, 큰아들 이한형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첫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박이 터졌다. 100건도 안 될 거라 생각했던 명절 선물용 주문이 1000건 넘게 밀려 들어왔다. 부랴부랴 이미애 대표가 오랜 거래처, 여기저기에 연락해 고기를 수급했다. 고기는 해결했지만 함께 보낼 아이스팩이 부족했다. 눈물을 삼키며 상당수 주문을 취소하고 사과 전화를 돌렸다. 이수형 대표는 "명절 선물로만 매출 1억원을 넘겨 기쁘면서도 착잡했다"며 "좀 더 체계적인 판매 체계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라 회상했다.


네이버 애널리틱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스토어 방문자 수나 유입 경로 등을 분석하는 툴이다.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가 채끝살 고기를 덩어리째 구워 먹는 영상으로 관련 검색어가 뜨면 채끝 덩어리 상품을 파는 식이었다. 라이브 판매 방송인 네이버 쇼핑라이브 덕도 봤다. 마블링 잘 된 선홍빛 한우를 구워 먹는 '먹방'으로 고객 지갑을 열었다. 이한형 대표는 "스마트스토어 내 상세 설명과 리뷰만 보고 사기를 주저하던 고객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판매량이 급증하자 사업 형태도 바꿨다. 경동시장 내 매장을 닫는 대신 경기도 남양주시에 공장을 열었다. 450평 규모에 원육 냉장창고, 포장실, 완제품 보관 창고 등을 갖췄다. 고기 입고는 축산물 등급 판정을 하는 공공기관 축산물품질평가원 출신 전문가가 맡는다. 이후 공장에서 정형, 숙성, 포장 등을 거쳐 출고하는 시스템이다.

5년 내 매출 1000억 목표…한우 수출도 추진

매출은 계속 상승세다. 스마트스토어를 처음 개설한 2018년 4억원으로 시작해 2019년 10억원, 2020년 50억원, 2021년 1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로 전환한 후 하루 매출 6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누구나 입점할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와 달리 브랜드스토어는 특정 요건(브랜드 상표권, 인기도, 판매수 등)을 충족해야 열 수 있다. 정육점에서 브랜드를 가진 F&B 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 13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게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고기를 사 먹던 사람들이 다시 식당을 찾기 시작하면 매출이 떨어질 거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재구매율은 30%가 넘고 기업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한형 대표는 "무엇보다도 '엄마네한우'를 검색하고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투뿔한우를 앞세워 5년 안에 매출 1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 달리 경쟁사가 많아졌지만 세 대표는 자신한다. 어머니의 경험과 두 아들의 패기가 자신감의 원천이다. 구체적으로 한우 선별 매입 능력을 토대로 돼지, 양까지 카테고리를 넓힐 예정이다. 중장기 목표는 해외로 투뿔한우를 수출하는 것이다. 주 고객을 동네 단골 손님에서 글로벌 식자재 업체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올해 구제역이 터지면서 수출길이 막혔지만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면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