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사는 지혜 중 하나는 아쉬움과 미련과 후회를 하지 않거나 적게 갖는 것이다. 아쉬움과 미련과 후회가 많을수록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기 쉽다.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쳐다보고 있는 사람만 힘들 뿐이다. 그 시간에 새로운 강물을 바라보는 게 낫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이래 봬도 왕년에 말이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젊은 사람을 보면 자꾸 훈계하려 들고, 비슷한 연배의 사람을 만나면 하염없이 옛날이야기만 하려 든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그가 말하는 '나 때'는 이미 지나간 과거요 흘러간 강물이다. '왕년(往年)'은 떠나간 세월이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다시 갈 수도 없고 되돌아오지도 않는다. 세상이 변한 걸 모르거나 알긴 알지만 인정하려 하지 않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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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능동적으로 탔든 수동적으로 탔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열심히 노를 저은 사람은 빨리 강을 건널 것이고, 느리게 노를 저은 사람은 늦게 강을 건널 것이다.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언젠가는 내가 탄 뗏목이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가 닿게 마련이다. 일단 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뗏목은 빨리 버려야 한다. 지나온 강물이나 처음 뗏목을 탔던 강 건너편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 내게는 다시 올라타야 할 새로운 뗏목이 있기 때문이다. 새 뗏목을 타고 또 열심히 다른 강을 건너야 한다. 일생에 단 한 번만 뗏목을 타는 사람도 있고, 몇 번 뗏목을 갈아타는 사람도 있으며, 수없이 많은 뗏목을 갈아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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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뗏목의 노를 열심히 저어 강을 무사히 건넜는데도, 그 결과가 처음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완벽한 인생이 없는 까닭이다. 공부도 잘하고 가정도 행복하고 대인관계도 좋고 돈도 잘 벌고 선한 일도 많이 하고 하는 일마다 성공을 맛보는 그런 인생은 없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가 있는 법이다.
낙방도 하고 이혼도 하고 실패도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다음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집착하고 연연하면 과거에 매여 살게 된다. 흘러간 뗏목을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이순국, <다시, 시작하는 인생 수업>, 동양북스,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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