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상을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당신은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요. 부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거죠. 하지만 내 가족이 다치거나 핵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상상하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리 뇌가 너무 끔찍한 일에 대한 상상은 거부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요?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무척 힘든 일입니다. 상상하는 것 자체로 이미 괴로운 일이에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봅니다. 특정 기간 동안 방영된 미디어에서 '출산', '결혼', '죽음' 중 어느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 조사한 결과,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건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어쩌다 한 번 본 것 같고,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제대로 찍은 영화는 별로 못 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웬만한 영화에서 주인공은 꼭 죽습니다. 주인공이 살더라도 누군가는 죽어요. 로맨스 영화에서도 죽고, 액션 영화에서도 죽습니다. 전쟁 영화에서는 수천수만 명이 죽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지요.
축복해야 할 일, 축하해야 할 일, 삶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우린 늘 상상합니다. 상상은 뇌가 그 일을 구체화하고 학습하며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정작 잘 준비해야 할 죽음에 대해서는 힘들고 끔찍하다는 이유로 상상을 거부하지요. 그래서 우리 인간의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장기간 투병을 한 환자나 급성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나 죽음 앞에서는 모두 당황스럽고 아쉽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학습하는 것은 아닐까요? 죽음을 조금이라도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김경일, <마음의 지혜>, 포레스트북스,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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