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원인단백질 찾아내
혈액 내 상처 치료 PF4 단백질
인지-면역 기능 향상 등 역노화 효과 확인
상처를 치료하는 기능을 가진 혈액 내 단백질이 노화 방지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해부학과 연구팀은 지난 16일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혈소판 제4인자(Platelet factor 4ㆍPF4)의 역할에 주목했다. PF4는 그동안 상처 치료, 즉 혈액 응고ㆍ손상된 혈관 복구 등의 역할로 잘 알려져 왔다. 최근들어 과학자들은 PF4가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등으로 인한 인지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지 여부에 주목해 왔다. 특히 10년전 일부 과학자들이 젊은 쥐의 혈액을 늙은 쥐에 투여했을 때 학습 능력 회복 등 이른바 역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그 원인 물질ㆍ기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PF4는 늙은 쥐보다 젊은 쥐의 혈액에서 수치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력한 원인 물질로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늙은 쥐의 혈관에 PF4를 주사했고, 이 결과 우선 다양한 유형의 면역세포의 양이 늘어나 젊은 생쥐와 비슷한 비율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몇몇 면역세포의 경우 아예 젊은 시절의 유전자 발현 형태로 되돌아가기까지 했다. 특히 PF4가 혈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면역 체계에 끼친 영향이 간접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뇌에도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PF4를 주사받은 늙은 쥐의 뇌에서 해마(hippocampus)의 손상 염증이 감소한 것이다. 뇌의 해마는 노화에 특히 취약해 염증이 발생하는 곳이다. 또 뇌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연결 강도)이 강화되기도 했다. PF4를 주사받은 늙은 생쥐는 이같은 작용에 따라 다른 생쥐들보다 인지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로를 헤엄쳐 나갈 때 쉴 수 있는 곳이 어딘 지를 확인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날 잇따라 발표된 다른 두 편의 논문에서도 PF4가 노화 현상을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다른 연구팀은 이날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에이징(aeging)'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PF4가 뇌 세포간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호주 브리스번의 퀸즐랜드대 연구팀도 이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PF4가 새로운 뇌 신경세포 형성에 관여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네이처는 "일부 제약사들이 이미 이같은 발견들을 이용해 노화 방지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PF4의 수치가 감소할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를 촉발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ㆍ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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