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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팔고, 미래를 산다…‘혁신기업 딜레마’ 넘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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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롯데·한화 M&A로 보는 미래 전략
과거 캐시카우 과감히 팔고, 신성장동력 키우기에 매진

'혁신기업 딜레마'(Innovator's dilemma)'를 넘어라. SK·LG·롯데·한화 등 주요 그룹이 과거 '캐시카우'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신성장동력과 핵심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얽매여 후발주자에 역전당하는 '혁신기업 딜레마'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LG·롯데·한화 등은 사업재편을 위한 인수합병(M&A)과 신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과거를 팔고, 미래를 산다…‘혁신기업 딜레마’ 넘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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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적극적 자산 유동화…미래 소재,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 혁신 시도

최근 SK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활발한 사업재편을 진행 중인 회사는 SKC다. 이 회사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SK피유코어와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등 비주력 사업을 팔고 있다. SK피유코어는 폴리우레탄 원료사업을 하는 SKC의 자회사다. SK피유코어의 주력 제품인 폴리올로 만든 폴리우레탄은 자동차, 패션, 전자기기, 의료기기, 건자재 등 광범위한 전방 산업에 쓰인다. 하지만 SK피유코어의 최근 실적은 하향세다. 2021년 매출액은 약 7340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7200억원대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감소했다. 여전히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팔려는 것이다.


과거를 팔고, 미래를 산다…‘혁신기업 딜레마’ 넘는 대기업들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에서는 반도체 식각공정에 들어가는 소모성 부품인 파인세라믹스 제품을 제조한다. 그간 회사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로 꼽혔지만, 신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SKC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반도체 후공정 소재·부품 사업에 진입해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 지분 45%를 5225억원에 인수했다. 2001년 출범한 ISC의 주력 제품 테스트용 소켓은 패키징을 거친 반도체 칩세트의 전기적 특성 검사에 쓰인다.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 소모품으로 꼽힌다. 업계 1위 기업으로 원천 특허를 424건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반도체 부문은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투자가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수처리센터를 SK리츠에 리스 형태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설비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차입을 통한 투자뿐 아니라 자산 유동화로 자산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IT와 바이오 신약 부문에서도 신규 투자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IT 부문은 인공지능, 바이오 부문에선 항암치료제 등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최근 글로벌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제조사 조비에비에이션(Joby Aviation)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로 조비에비에이션 지분 약 2%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UAM의 핵심인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 개발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조비 기체를 국내에서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UAM은 AI컴퍼니(인공지능회사)로 전환 중인 SK텔레콤이 적극 추진하는 사업이다. SK텔레콤은 현재 내재화하고 있는 AI 기술력을 UAM 서비스 대중화와 생태계 구축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K파이오팜은 미국 로이반트사이언스(Roivant Sciences)와 SK가 설립한 조인트벤처(JV)인 미국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ProteoVant Sciences)를 인수하기로 했다. 표적단백질 분해기술(TPD)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강했던 기존 기조에서 나아가 항암제 개발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배터리·친환경·항암치료 분야에 집중

LG그룹은 배터리, 친환경, 바이오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 LG화학은 최근 2조6000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재원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식으로 교환이 가능한 EB다.


LG화학은 최근 진단사업부와 전북 익산 양극재 공장도 매각했다. 이를 통해 약 2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에 착수한 석유화학 부문 일부는 물론 팜한농, 백신사업부, 필러사업부 등의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고 말했다. 배터리, 친환경, 바이오 등 3대 축에서 벗어난 사업부는 모두 잠재적 매물로 언급된다. 항암 영역 등 스페셜티 파마(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할 전망이다.


LG화학은 2028년까지 양극재 설비와 기술 개발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을 고려해 폴란드, 독일, 헝가리 등 유럽 현지에 양극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 신소재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친환경 소재와 관련해선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에 주목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AMD와 조인트벤처를 세워 2025년까지 미국에 연산 7만5000t 규모의 PLA 공장을 건설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신약 개발에 힘을 싣는다. 지난 1월 미국 항암 신약 개발 기업 아베오나 테라퓨틱스를 5억7100만달러(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LG전자도 과감한 투자를 예고했다. 2030년까지 M&A를 비롯한 전략투자에 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개별 사업부별로 M&A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인수가만 1조5000억원으로 LG전자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2021년에는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룩소프트와 함께 알루토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같은 해 캐나다 전기차 부품회사인 마그나와 함께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고,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보안업체인 사이벨럼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도 전기차 충전 업체인 애플망고의 지분 60%를 확보하는 등 전장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현재 LG가 보유한 실탄은 넉넉한 편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LG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 LG전자는 약 7조원이다.


롯데·한화, 불황에도 끝없는 M&A…신사업에 아낌없이 투자

롯데그룹은 대규모 투자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중화학 계열사는 배터리 사업을 적극 확장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바꿨다. 최근 이 회사는 프랑스 실리콘 음극재 스타트업 엔와이어즈에 지분을 투자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롯데벤처스가 롯데에너지소재펀드를 결성하고 엔와이어즈에 데모 플랜트 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79억원을 출자했다.


비핵심 해외 사업은 정리하고 있다. 올 초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소재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 Limited) 보유 지분 전량을 파키스탄 화학 기업인 럭키코어인더스트리스(Lucky Core Industries)에 1924억원에 매각했다. LCPL은 롯데케미칼이 2009년 약 147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2020년 하반기 울산공장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한 롯데케미칼은 PTA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2030년 매출 50조원이 목표인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사업에서만 전체 매출의 60%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에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총 3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2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최종 5000억원을 발행했다.


한화그룹 역시 M&A로 주력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방위산업이 주력이다. 한화그룹은 호주 방산 업체인 오스탈 인수를 검토 중이다. 오스탈의 최대주주는 HSBC은행으로 지분 15.99%를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 군함 등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오스탈을 인수해 글로벌 방위산업 기업으로 체급을 높일 전략이다. 군함 건조 등 특수선 사업부를 보유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 효과도 높일 구상이다. 인수 주체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신설된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합작법인인 한화퓨처프루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한화퓨처프루프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약 1조3000억원의 출자를 받아 실탄을 확보했다.


한화솔루션은 독일 에너지 거래 플랫폼 기업 링크텍 지분 66%를 확보했다. 태양광 셀, 모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넘어 IT 기술을 활용한 통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한화그룹은 케미칼에서 번 돈으로 태양광 사업을 키워왔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첨단소재가 합병해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한화와 더불어 그룹의 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다. 그간 태양광사업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에이치씨씨홀딩스(중국 닝보법인) 지분 49%를 매각했고, 한화첨단소재 지분 일부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갤러리아 광교점도 유동화했다. 투자 업계에선 태양광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한화솔루션이 수익성이 저하된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등 케미칼 사업은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조사팀장은 "고금리와 자국 우선주의, 기후변화 등으로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처해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M&A를 적극 진행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는 한국의 반도체·이차전지 및 주요 첨단산업의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이차전지·미래차·바이오·디스플레이·로봇 중심의 생산기지 구축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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